1969년 열한 살 때 고향 이란에서 이웃집 TV로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을 지켜본 소년은 줄곧 우주를 가슴에 품어왔다. 열여덟 살엔 꿈을 이루려고 무작정 미국으로 떠났다. 48년 뒤인 22일(현지 시간), 소년의 꿈은 현실이 됐다. 캄 가파리안(66)이 창업한 스타트업 인튜이티브머신스의 오디세우스(노바-C)가 민간기업 최초로 달 착륙을 이뤄냈다.
민간기업의 꿈을 실현시킨 오디세우스는 미 중부시 기준 22일 오후 6시 24분(한국시간 23일 오전 8시 24분) 달 남극에서 300km 떨어진 분화구 ‘말라퍼트 A’ 지점에 착륙했다. 인튜이티브머신스는 X(옛 트위터)를 통해 “오디세우스가 제대로 수직으로 선 채 자료를 전송하고 있다”며 “달 표면을 찍은 첫 이미지를 내려받으려 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알테무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패스트컴퍼니 인터뷰에서 “기존 사업이 우리 DNA와 맞는 않아 ‘달 탐사’를 선택했다”며 “우린 세상을 좋은 쪽으로 바꾸고 싶은 멋진 이들과 일한다”고 했다. 실패를 경험으로 여기는 우주광들의 도전 정신이 빛을 발한 것이다.
여러 정부도 쓴 맛을 본 달 탐사는 민간기업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NASA와 계약을 맺은 애스트로보틱도 지난달 달 착륙선 ‘페레그린’을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인튜이티브머신스는 직원 110여 명 중 상당수가 NASA 출신. 착륙 지점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자체항법시스템 개발 등 기술 개발에 매달렸다. NASA에서 1억1800만달러(약 1573억 원)을 지원받고, 지난해 기업공개(IPO)를 통해 부족한 자금을 조달했다.
김승조 서울대 명예교수(전 항공우주연구원장)은 “미 민간기업이 달 착륙까지 성공한 건 스페이스X 등의 혁신과 더불어 미국의 풍부한 인력풀, 산업 공급망과 같은 저변 확충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국도 효율적 개발비 운용을 바탕으로 민관이 손잡고 우주 탐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