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가 날아갈 때 당신의 숲이 흔들린다
노래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봄이 지나가고
벌서듯이 새를 기다리며 여름이 지나가고
새가 오지 않자
새를 잊은 척 기다리며 가을이 지나가고
기도하듯이 새를 기다리며
겨울이 지나간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무수히 지나가고
영영 새가 오지 않을 것 같자
당신은 얼음 알갱이들을 달고
이따금씩 빛난다
겨울 저녁이었고 당신의 숲은
은밀하게 비워지고 있었다
―이경임(1963∼ )
그래서 이 시가 좋다. 이 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말한다. 일 년의 사계절을 고루 다룬 시인가 싶은데 사실 그보다 크다. 이 시는 처음과 끝을 말한다. 다시 말해 사람의 인생을, 그 긴 시간을 모두 담고 있다. 시인은 봄과 새를 말했는데, 나는 내가 봄의 시간이었을 때 세상을 노래하듯 살았던 것을 기억하게 된다. 시인은 여름과 새를 말했는데, 나는 내가 여름의 시간이었을 때 퍽 애쓰며 살았던 것을 기억하게 된다. 시인은 이미 가을과 겨울을 보아버렸고, 우리는 그의 시선을 통해 내 인생의 가을과 겨울과 돌아오지 않는 새를 엿보게 된다. ‘이렇게 살아가며 다 살아버리겠구나. 그게 인생이구나. 나는 새를 기다렸구나.’ 이런 먼 후일에 찾아올 생각도 미리 암시받게 된다.
이번 겨울은 지난겨울과 비슷하기도 하고 새롭기도 하다. 이렇게 헷갈리면서, 구별하면서 우리는 이번 겨울과 다음 겨울들을 살아낼 것이다. 수많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온몸으로 겪어가는 인생 그 자체가 어쩐지 짠하면서도 장하다. 시, 참 좋다.
나민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