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창당대회서 “선거운동 앞장” ‘4년전 실패 답습 안돼’ 직할 체제 黨관계자 “사실상 비례추천 실무국” “기호 4 목표” 의원 꿔주기 시작될듯… 20명일땐 선거보조금 최대 89억
축하 박수 보내는 한동훈 국민의힘의 비례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23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이날 선출된 조혜정 당 대표(가운데)와 정우창 사무총장에게 축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총선 47일을 앞둔 23일 창당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창당대회에서 “국민의미래의 선거운동을 제일 앞장서서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법상 다른 정당이지만 “국민의미래는 국민의힘이 지향하는 바다. 사실상 다른 말이 아니다”라며 한 위원장이 양당 선거를 지휘하는 것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한 위원장은 위성정당 대표에도 국민의힘 사무처 당직자를 앉혔다.
정치권에서는 “헌법에서 규정한 민주 정당으로 볼 수 없다” “한 위원장이 직접 공천에 관여하는 직할 체제여서 자회사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 내부에서도 “바지사장을 앉힌 바지정당, 부하정당 같은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 “비례후보 추천 실무국 만든 것”
국민의미래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대표로 2000년에 입당한 당 사무처 6기 출신 조혜정 정책국장을 선출했다. 조 대표는 당 사무처에 사표를 냈다. 당초 대표로 거론되던 조철희 총무국장은 일신상의 이유로 거부했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사실상 비례후보 추천을 위한 실무국을 하나 만든 것”이라고 했다.국민의힘이 ‘직할 체제 위성정당’을 만든 것은 4년 전 실패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 4년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대표는 불출마를 선언한 한선교 당시 의원(4선)이 맡았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당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비례대표 공천을 진행해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한 위원장은 “(공천) 과정에서 어떤 외부적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저도 단 한 명도 제가 아는 사람을 밀어 넣지 않을 것이다. 누구라도 사심 있는 생각으로 밀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면 제가 막겠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선 한 위원장이 ‘사천 논란’을 둘러싸고 윤석열 대통령과 갈등한 지 한 달 만에 여당의 공천권을 완전히 접수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창당대회를) 국민의힘 당사에서 한 건 종속 정당임을 만천하에 공표한 것”이라며 “완벽한 종속을 위해 월급 받고 일하는 선임 당직자를 당 대표로 임명해 완전히 자회사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 “與 위성정당에 최대 89억 원 선거보조금”
국민의미래가 본격적으로 출항하면서 21대 총선에서 있었던 각종 꼼수가 재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선거보조금 확보를 위한 ‘의원 꿔주기’가 먼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국민의힘 공천이 모두 끝난 뒤 현역 의원들이 이동할 것”이라며 “목표는 기호 4번”이라고 말했다. 기호 4번이 되면 비례대표 후보 투표지에서 두 번째 칸을 쓸 수 있어 기호 2번인 국민의힘을 연상시킬 수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비례후보를 내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 위성정당보다 적고 녹색정의당(6명)보다 앞선 기호를 받기 위해선 의원을 최소 7명 이상 확보해야 한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