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교사가 교감 되기는 대기업 평사원이 임원 되는 것 못지않게 어렵다.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 교원(교사·교감·교장) 수는 44만 명쯤 되는데 이 중 교감은 2.5%(약 1만1000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이 “평교사로 돌려보내 달라”고 요청해 화제가 됐다. 현행법상 학교의 교원 정원이 주는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면 교감 반납은 불가능하다. 자진 강등은 반려됐지만 이 교감을 다시 모셔 오는 데 꽤 애를 먹었다고 한다.
▷요즘 “괜히 승진했다”라며 후회하는 교감이 많다. 과거에는 학교 살림을 총괄하던 ‘파워맨’이었던 교감의 위상과 보상이 예전 같지 않아서다. 학교 구성원이 교사뿐 아니라 강사, 행정직, 공무직 등으로 다양해지고 이들 사이 갈등이 늘었다. 연공서열이 무너져 영도 잘 서지 않는다. 중간 관리자인 교감 생활이 여간 고달파진 것이 아니다. 여기에 교감 업무는 점점 늘어나기만 한다. 지난해 7월 서울 서초구 서이초 교사 사망 이후 대부분 학교에서 학부모 민원 창구가 교감으로 일원화됐고 올 1학기부터는 늘봄학교 지원실장도 겸임한다. 학교폭력대책위원회 등 27개 위원회도 당연직으로 참석한다.
▷교감들끼린 “무엇이든 하는 자”라는 자조가 나온다. 행정 업무는 갈수록 폭증하는 반면, 그에 대한 보상은 늘지 않았다. 올해부터 교사의 담임 수당이나 보직 수당이 대폭 인상됐어도 교감의 직급보조비(25만 원)는 그대로다. 실제 같은 호봉이면 담임 교사, 보직 교사보다 월급이 적어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한다. 교감은 방학 때도 출근해야 하고, 대체 수업을 해도 수당을 받지 못한다. 이러니 “평교사가 낫다”고 한다.
▷교감의 비애는 어느 조직에 있든 중간 관리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기업에서도 과거 업무 스타일을 고수하는 상사와 ‘워라밸’이 당연한 팀원 사이에 낀 중간 관리자의 업무가 폭증했고 스트레스 지수도 가장 높다. 고군분투하는 교감 선생님들의 사기를 올릴 다양한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 교감의 살림 솜씨에 따라 교사와 학생이 행복한 학교가 빚어지는 법이니 말이다.
우경임 논설위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