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어제 중앙당사에서 비례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 창당대회를 열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국민의미래는 우리 당”이라며 자신이 위성정당의 선거운동도 앞장서 지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민의미래 당 대표는 국민의힘 총무국장에게 맡기려 했으나 고사하자 정책국장으로 바뀌었다.
거대 양당은 지난 총선 때도 한시적 위성정당을 설립하면서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올해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4년 전과 올해 모두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밀어붙인 탓이 크다. 그렇다고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대놓고 “우리 당”으로 부르고, 국장급 당직자를 파견해 당 대표로 세우는 모습도 황당하긴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국장급 당직자를 당 대표로 앉힌 것은 비례대표 후보 순번을 둘러싼 4년 전 갈등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당시 4선인 한선교 의원은 ‘비례 인선 전횡’ 논란 속에 한 달 만에 사퇴하고 후임 당 대표가 순번안을 다시 짠 일이 있다. 그렇다 해도 최소한의 형식적 독립성도 고려하지 않겠다는 건 지나치다. 위성정당을 넘어 당직자 정당이자, 부하(部下) 정당 아닌가.
거대 양당의 비례정당 창당은 반성을 모르는 퇴행이다. 한때뿐인 정당을 만들고, 의원 꿔주기로 4년 전 정당 보조금 수십억 원을 받았다. 올해도 반복될 것이다. 민주당은 위성정당 꼼수를 주도했고, 국민의힘은 ‘우리 탓 아니다’라며 또 다른 방식의 꼼수를 꾀하고 있다. 누가 더 못하나 경쟁을 보는 듯하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제3지대 대안 정당이지만, 그쪽 역시 갈등 속에 통합과 분열을 반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