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 혼란] “이대로 가면 진료 열흘도 못버텨” 아산병원 비대위도 “전공의 연대” 교육부, 의대 정원 수요 조사 시작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최근 의료공백 사태와 관련해 “이번 주말이 골든타임”이라며 “정부의 납득할 만한 조치가 없다면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과 함께 행동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처음으로 교수들까지 집단휴업(파업)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비대위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병원의 진료가 이대로 간다면 열흘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며 “주말 동안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한다면 누구도 해결할 수 없는 파국이 닥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우리가 원하는 건 정부가 열린 마음으로 대화에 나서 토론을 통해 국민건강·의료를 위한 최적의 방안을 함께 만들고 실현해 나가는 것”이라며 “파국을 막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또 비대위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서울아산병원 교수들도 이날 비대위를 꾸리고 전공의들과의 연대를 선언했다.
대형병원 의사는 교수와 전임의(펠로), 전공의로 구성된다. 전공의들이 20일을 기점으로 병원 근무를 중단하고 의료공백이 생긴 상황에서 교수와 전임의마저 이탈할 경우 ‘의료대란’이 현실화될 수밖에 없다. 주요 병원 82곳의 전임의들은 이미 20일 입장문을 내고 “(의사가) 국민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매도되는 현 상황에서 의업을 이어갈 수 없다”며 근무 중단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교육부는 다음 달 4일까지 증원분 2000명을 배분하기 위해 전국 의대 40곳의 입학정원 수요 조사를 시작했다. 정원 배분을 속전속결로 마쳐 증원 규모를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학 총장들은 대부분 지난해 복지부에 제출한 내년도 증원 규모 총 2151∼2847명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의대 학장들은 최근 “지난해 수요 조사 당시 교육 여건에 비해 무리한 희망 증원 규모를 제출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어 학내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의대 학장들은 이번 주말 정부에 제시할 새로운 증원 규모를 취합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주요 대학병원 관계자는 “의대들이 제시할 수 있는 증원 규모는 총 1000명 이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