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AI發 글로벌 랠리 코스피는 0.13% 상승 그쳐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발(發) 인공지능(AI) 열풍이 글로벌 증시에 훈풍을 불어넣고 있다. 미 뉴욕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유럽과 일본, 대만 증시까지 온기가 확산되고 있다. 다만 한국 증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벽에 가로막혀 전 세계적 랠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모습이다.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전장보다 2.11%(105.23포인트) 오른 5,087.03으로 마감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존스산업지수도 1.18% 상승하며 사상 최고 기록을 뛰어넘었다. 나스닥지수도 2.96% 올랐다. 전날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달성한 엔비디아는 이날 16.4% 급등하면서 뉴욕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770억 달러(약 368조 원)나 늘어났다. ‘엔비디아 효과’로 22일 유럽과 일본 증시가 나란히 최고점을 뚫고 대만 증시는 23일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지만 이날 코스피는 0.13% 오르는 데 그쳤다.
엔비디아發 글로벌 증시 훈풍… 혁신기업 부족한 韓증시는 소외
‘AI대장 효과’ 日-대만 고점 경신
국내선 HBM 공급 하이닉스만 수혜
“과거 MS-애플 뛰어넘는 영향력”
젠슨 황, 하루새 자산 10조원 늘어
국내선 HBM 공급 하이닉스만 수혜
“과거 MS-애플 뛰어넘는 영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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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 랠리에서 소외된 한국 증시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0.13% 오르는 데 그치며 2,667.70에 마감했다. 전날에도 엔비디아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에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대만 등 주요국 지수가 일제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코스피는 0.41% 오르는 데 그쳤다. 이날 대만 자취안지수는 0.19% 더 오르며 이틀 연속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본 증시는 일왕 탄생일로 휴장했다.국내 증시에선 엔비디아에 고대역폭 메모리칩(HBM)을 독점 공급하는 SK하이닉스만 수혜를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전날 5.03% 급등한 데 이어 이날 3.13% 오른 16만1400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이틀 연속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국내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오히려 0.27% 하락했다.
한국 증시가 엔비디아발 훈풍에서 소외된 것에 대해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에서 가장 비중이 큰 삼성전자가 AI 관련주에서 빠져 있는 영향이 크다”며 “SK하이닉스 외에 특별한 수혜주가 없다는 것이 우리 증시의 약점”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국내 증시에 세계 시장을 선도할 혁신 기업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증시 부진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미국과 일본, 대만 등은 엔비디아와 TSMC 등 AI 및 반도체 기업들의 활약이 증시를 밀어올리고 있지만 한국의 대표 기업들은 실적 부진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선진국의 기술을 따라잡는 형태의 성공 방정식을 답습해서는 혁신 기술과 기업이 나오기 힘들다”고 말했다.
● 일본 대만 등은 ‘반사이익’
증권업계는 당분간 반도체 시장과 글로벌 증시에 대한 엔비디아의 지배력이 강화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술력도 높지만 AI 칩 설계를 위해 엔비디아에서 만든 GPU 전용 프로그래밍 언어인 쿠다(CUDA)를 사용해야 한다는 게 경쟁 업체들과의 차별점”이라며 “당분간 AI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독점력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급등하면서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도 세계 20대 부자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22일(현지 시간) 황 CEO의 자산 가치는 80억 달러 이상 늘어나 총 681억 달러(약 90조 원)로 집계됐다. 황 CEO는 지난해 초만 해도 128위였지만 AI 열풍 등에 힘입어 이날 21위까지 도약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