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의 피해자 고(故) 김혜빈 씨의 영정사진. 뉴스1
지난해 발생한 ‘분당 서현역 흉기 난동’ 사건 당시 자식을 잃은 피해자 가족과 그 친척이 경찰에 감사 편지를 전했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6일 고 김혜빈 씨(당시 20세)의 부모는 경기 수원남부경찰서 홈페이지에 조병노 서장과 황해솔 경사에게 편지를 전했다.
김 씨의 부모는 “혜빈이를 떠나보내면서 여러 기관과 많은 사람을 만났다”며 “혜빈이와 저희 가족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신 건 수원남부경찰서 조병노 서장님과 황해솔 경사님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많은 기관들은 법리 때문에 선례가 없어서 정책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범죄 피해자들을 실망하게 했지만 조 서장님의 배려와 황 경사님의 능숙한 현장 처리는 범죄피해자인 저희 가족에게 등을 토닥여주는 큰 위안이 되어 주셨다”며 “황 경사님 같은 자기 임무에 충실한 분들에게 많은 격려와 힘을 실어 주시라. 그러면 저희와 같은 범죄피해자들이 많은 도움과 위로를 받을 것이다”라고 마음을 표했다.
2023년 8월 29일 경기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故) 김혜빈 씨 빈소에 걸려있는 영정. 뉴시스
김 씨의 친척들도 홈페이지에 연달아 글을 올렸다.
김 씨의 이모는 “황 경사님처럼 따듯한 분이 우리 곁에 있어 주신 게 우리에겐 행운이었다. 병원에서 마지막으로 인사하고 가실 때 악수하며 눈물 흘리시는 모습 보고 저희도 먹먹했다”며 “결과는 무기징역이지만 함께해 준 모든 분의 사랑의 힘이라 생각한다”고 황 경사를 끝까지 칭찬했다.
김 씨의 사촌 언니 B 씨는 황 경사의 센스 있는 모습에 위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청력은 마지막까지 살아있다’는 담당 의사의 말에 B 씨는 녹음기에 가족 목소리와 김 씨가 좋아하던 노래를 넣어 머리맡에 계속 틀어주자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병원 근처에는 녹음기를 파는 곳이 없었다.
B 씨는 “경사님 덕분에 혜빈이 떠나는 그날까지 녹음된 부모님과 친구들의 목소리, 그리고 혜빈이가 좋아하던 노래들 잔뜩 듣고 갔을 것”이라며 “장례식장에 오셨을 때 잘 버티고 있었는데 경사님을 뵈니 눈물이 왈칵 나더라. 같이 울어주시고 함께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했다.
지난해 8월 최원종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에서 모친 명의 차량을 몰고 인도를 돌진하고 백화점 1~2층을 오가며 시민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 과정에서 김 씨를 포함한 2명이 치료를 받다 끝내 숨졌다.
지난 1일 수원지법은 최 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며 30년간 위치추적 전자발찌 부착을 명했다. 1심 선고 전 사형을 구형했던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선고 다음 날 항소했다.
최재호 동아닷컴 기자 cjh12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