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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지사 출신 두 현역이 맞붙은 ‘낙동강 벨트’ 양산을

입력 | 2024-02-25 10:16:00

민주 김두관에 맞서 국힘 김태호 전략공천… 승자 PK 대표 주자 부상




4·10 총선 ‘낙동강 벨트’에서 전직 경남도지사 출신 여야 후보가 혈투를 벌이게 됐다. 국민의힘이 2월 18일 경남 양산을에 당내 중진인 김태호 의원을 전략공천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이 현역 김두관 의원을 단수공천하며 맞대응한 것이다. 각 당 모두 지명도 있는 의원을 단수공천한 만큼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9개 선거구가 속한 낙동강 벨트는 이번 총선의 핵심 격전지로 꼽힌다. 낙동강 벨트는 낙동강을 끼고 있는 부산·경남(PK) 일부 지역이 포함된 지역구로, 야당세가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인 평산마을이 양산에 위치하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가 김해에 있다는 점 역시 보수 정당 입장에서는 부담이다. 부산과 경남은 통상적으로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강하게 나타나지만, 21대 총선에서 낙동강 벨트에 속한 9개 지역구 가운데 5곳에서 민주당 후보가 당선했다.

국민의힘 김태호 의원(왼쪽)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김태호 의원실 제공, 뉴스1]



민주당 ‘무패’ 양산을


양산을은 낙동강 벨트 전선의 핵심으로, 낙동강 벨트에 속한 9개 선거구 가운데 유일하게 보수 정당이 단 한 번도 승리한 적 없는 곳이다. 양산을은 김두관 의원이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나동연 후보에게 신승을 거둬 현역의원으로 버티고 있다(그래프 참조).



지명도 있는 현역의원을 꺾어야 하는 만큼 국민의힘은 3선 김태호 의원을 전략공천하는 강수를 뒀다. 김태호 의원은 8전 7승이라는 준수한 선거 이력을 갖고 있다.

양산을에서 맞붙는 두 후보는 ‘경남도지사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태호 의원은 2004~2010년 민선 3·4기 경남도지사를 지냈다. 특히 41세에 경남도지사에 당선하면서 ‘역대 최연소 도지사’ 타이틀을 획득하기도 했다. 이후 김두관 의원이 바통을 넘겨받아 2010~2012년 민선 5기 경남도지사로 일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결에서 승리하는 후보가 향후 ‘부울경 대표 주자’로 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의원은 벌써부터 샅바싸움에 돌입했다. 김태호 의원은 2월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낙동강 벨트 최전선 양산에 정치 인생의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이에 김두관 의원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는 영남 싹쓸이를 위해 양산험지론이라는 동정표 작전을 쓰고 있다”면서 “험지 엄살과 지역주의가 아니라, 국가 비전과 양산 발전을 놓고 대결하고 싶다”고 응수했다.


野 ‘공천 잡음’이 변수


양산을 표심 예측은 쉽지 않다. 총선에서 번번이 보수 정당이 고배를 마셨지만 투표 결과를 뜯어보면 상황이 단순치 않기 때문이다. 양산은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손을 들어줬다. 당시 윤 대통령은 양산에서 53%를 득표하며 민주당 이재명 대표(41.8%)를 10%p 이상 앞질렀다. 0.73%p 차이로 대선 승패가 갈린 것을 고려할 때 ‘민주당 심판론’이 크게 작용한 셈이다. 선거구가 생긴 이래 치른 두 번의 총선에서 민주당이 모두 2%p 이내로 승리한 점 역시 끝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만드는 요인이다. 지역구 한 관계자는 “지역 주민 사이에서는 지역 발전에 대한 갈증이 있다”며 “거물 인사들이 맞붙는다지만 지역보다 당내 입지 등에 관심이 있어 보인다면 거부 정서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양당에서 나타난 상이한 공천 상황이 낙동강 벨트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잡음’이 감점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당내 중진인 서병수, 김태호, 조해진 의원을 큰 갈등 없이 낙동강 벨트에 전략공천했다.
이강윤 정치평론가는 “국민의힘이 전국 지명도를 가진 인물들을 비교적 순탄하게 이동 배치하고 있는 반면, 민주당 내부에서는 공천 잡음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다만 국민의힘 후보 역시 낙동강 벨트 지역 주민들에게 ‘등 떠밀려 출마한 것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428호에 실렸습니다]




최진렬 주간동아 기자 displ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