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내년도 전국 의과대학 입학정원 배분 절차에 착수한 가운데 각 대학에 “기존 수요조사와 다른 정원 규모를 제출할 경우 사유를 명시하라”는 내용을 공문에 포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각 대학이 지난해 수요조사에서 제출한 증원 희망 규모 총 2251~2847명을 가급적 지켜달라는 의미로 증원 규모 2000명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5일 동아일보가 입수한 교육부의 ‘2025학년도 의과대학 학생정원 신청 안내’ 공문에 따르면 정부는 각 대학이 의대 증원 신청에 대한 산출 또는 판단 근거를 제시할 때 “기제출 자료를 토대로 작성해 달라”는 내용을 포함시켰다. 지난해 수요조사 때 제출한 내용에 기초해 제출해 달라는 뜻이다.
교육부는 또 “기존 수요조사와 달리 정원 규모를 변경하여 신청 시 구체적 또는 특별한 사유를 추가해 달라”며 “그에 따른 대학의 교육여건 추가 확보 계획도 포함해 달라”고 적시했다. 각 대학은 이를 ‘지난해 제출한 규모보다 많거나 적게 제출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총장들은 지난해 제출한 증원 희망 정원을 그대로 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의대가 있는 대학의 한 총장은 이날 “지난해 실험실, 임상교수 당 학생 수 등을 전부 따져 희망 정원을 제출한 것이라 달라질 게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한 지방대 총장은 22일 교육부 공문을 받은 후 의대 학장에게 “실제 교육 적정인원을 적어내지 말고 (복지부에 낸) 기존인원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의대의 한 교수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존인원을 내면 당장 강의실과 교원 수가 모자라 2부제 수업을 해야 할 상황인데 총장은 증원을 강행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평가·인증하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기준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증원 규모를 배정하면 의료계에서 우려하는 교육의 질 하락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최훈진 기자 choigiz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