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대 의대 졸업생들이 23일 광주시 전남대학교 학동캠퍼스 의과대학 명학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3학년도 의과대학 제72회 히포크라테스 선서식을 마친 후 졸업식장으로 향하고 있다. 2024.2.23/뉴스1
25일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이 병원에서 수련을 시작할 예정이던 인턴 57명 중 상당수가 임용포기서를 제출했다. 이 병원 관계자는 “인턴이 들어오면 그나마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그마저 어렵게 됐다”며 “전공의 이탈로 절대적으로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라 막막하다”고 말했다.
● ‘손발’ 역할하는 인턴 충원 불발
인턴은 의대 학생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의사 국가시험에 합격한 뒤 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수련 과정에 들어가는 첫 단계다.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필수의료 과목과 선택 과목을 1, 2개월 단위로 순환 근무하며 경험을 쌓는다. 이후 전공과목을 택해 레지던트, 전임의(펠로), 교수 단계를 밟는다. 응급실 근무를 포함해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진료 및 수술의 최전방에 배치돼 레지던트와 함께 ‘손발’ 역할을 한다.예비 인턴들은 선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움직임에 동참하는 취지에서 단체로 임용포기서를 내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다음 달 4일자로 신규 인턴 101명이 임용될 예정이었지만 이 중 80여명이 포기서류를 제출했다. 충북대병원도 다음 달 입사 예정이던 인턴 35명이 임용포기 서류를 제출했다.
빅5(서울아산 서울대 삼성서울 세브란스 서울성모) 병원에서도 수치는 공개하지 않지만 인턴 대부분이 ‘출근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22일 신규 인턴 184명 대상 대상 오리엔테이션(OT)을 진행했는데 참여율이 극히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다음 달 초 병원을 지키던 3, 4년차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까지 상당수 병원을 떠나면 대형병원에서 ‘의료대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지금도 세브란스병원 응급실이 ‘뇌출혈 수술도 부분적으로만 수용 가능하다’고 공지하는 등 대형병원의 필수의료 공백이 현실화되고 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내과 3년차 레지던트는 “동기 중에서 ‘안 남겠다’는 의견이 많아 3월이 되면 병원이 텅 비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의료계에선 과거 대비 수술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빅5 병원의 수술이 10~20%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 ‘의료대란’ 막아야…중재 나선 교수들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 정책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산하 전국 16개 시·도 의사들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전국 의사 대표자 확대회의‘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2.25./뉴스1
정진행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25일 호소문을 내고 “며칠 내 해결의 실마리가 안 풀리면 대형병원은 급속히 마비상태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과도한 위협이 될 수 있는 발언을 자제하며 교수들과 만나 정기적으로 협의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협의 주체와 협의사항, 향후 계획 정도만 합의해도 사태 해결(전공의 복귀)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정 위원장은 26일 오전 전공의들을 만나 정부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복귀를 요청할 계획이다.
교수들이 나선 배경에는 개원의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의 강경한 입장 때문에 전공의들이 복귀할 여지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도 깔려 있다. 전국의대교수협의회도 “정부뿐 아니라 의사단체 등과도 대화하며 적극적으로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는 성명을 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청주=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