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남 밀양시 무안면 운정리 도미골 인근 야산(해발 280m)을 드론으로 항공에서 촬영한 모습. 소나무숲이 재선충병으로 고사해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다. 밀양은 소나무 재선충병 ‘극심’ 지역으로 분류됐다. 2021년 이후 발생한 피해 면적은 9000만 m²로 축구장(7140m²) 1만2605개와 맞먹는다. 밀양=최창환 기자 oldbay77@donga.com
소나무는 사시사철 푸른 나무지만 요즘 남부 지방의 소나무 숲은 때아닌 단풍이라도 든 듯 곳곳이 붉게 변색돼 있다. 이른바 ‘소나무 암’으로 불리는 치사율 100%의 소나무 재선충병에 걸려 말라 죽은 나무들이다. 소나무 재선충병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경남 밀양을 포함한 영남 일부 지역에선 멀쩡한 소나무 숲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피해가 커지고 있다. 10년 안에 국내 소나무 78%가 사라질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나온다.
소나무 재선충병은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기생하던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해 수분과 양분의 이동 통로를 막아 2, 3개월 만에 말려 죽이는 병이다. 치료제가 없어 감염된 나무를 베어내는 방제를 하는데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감염목이 확인된 후 36년간 1500만 그루가 잘려 나갔고 여기에 1조2000억 원의 예산이 들었다. 적극적인 방제로 연간 피해 규모가 30만 그루까지 줄어들었으나 2022년부터 106만 그루로 폭증하기 시작했다. 지구 온난화로 매개충의 개체수와 활동 기간은 늘어난 반면 코로나에 대처하느라 방제는 게을리한 탓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소나무 곰솔 잣나무 등 소나무림은 우리나라 산림의 27%를 차지하며 환경 문화 휴양 등 분야에서 연간 71조 원의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고 2540억 원의 임산물을 생산해내는 국민 나무다. 잘라내는 나무가 많으면 산사태 우려가 커지고 바짝 마른 채 잘려 나간 나무들은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된다. 애써 가꾼 소나무 숲을 베어내는 일이 없도록 과학적인 예찰과 신속한 진단으로 감염목을 조기에 발견해 확산을 차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