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의 4월 총선 공천 과정을 보면 22대 국회 4년을 걱정하게 된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586 운동권 청산을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한 뒤 586 정치인을 겨냥한 자객공천을 주도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하위 20% 배제, 친명계 호위무사 공천 등을 통해 비명계를 경선에서 떨어뜨리고 당을 장악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양당 모두 영입 인재가 없지는 않지만 ‘앞으로 달라지겠다’는 믿음을 주기엔 역부족이다.
총선이 44일 앞으로 다가오는 동안 양당으로부터 큰 비전이나 정책을 들은 기억이 없다. 대선 연장전 같은 전의(戰意)만 느껴진다. 두 정당이 국회가 할 일을 협소하게 여기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국회는 행정부 견제, 법률 제·개정, 국민 세금인 예산의 적재적소 배정이란 일을 한다. 국회가 행정부와 함께 국정의 양대 축이란 뜻이다. 그럼에도 여야는 상대 당을 몹쓸 존재로 만드는 것이 제1 책무인 것처럼 행동해 왔다.
나라 안팎의 도전 2가지를 따져 보자. 의대 정원 확대에 따른 의료계 파업, 미국 일본 대만의 반도체 대공세가 있다. 여야가 두 사안을 두고 머리를 제대로 맞댔거나, 정부에 해법을 요구한 뒤 초당적으로 검토한 적이 있나. 국회는 팔짱 끼고 있다가 정부의 정책이 잘 안 먹힐 때 질책만 하면서 할 일 했다고 여겨선 안 된다. 이런 문제는 21대 국회 4년간 문재인-윤석열 대통령을 거치며 여야가 바뀌었지만 달라진 게 없다.
총선 공천은 정당이 좋은 일꾼을 선보이는 동시에 4년간 펼칠 비전을 평가받는 자리다. 하지만 세금 더 써서 지역 개발하고, 세금 깎아주겠다는 이야기만 들린다. 경쟁 세력을 이기고 보자는 공천은 22대 국회 4년의 실패를 예고하는 것과 같아 씁쓸하고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