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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계동 전셋값 한달새 1.8억 뛰어… 학원가 쏠림 심화-매물 품귀

입력 | 2024-02-26 03:00:00

대치아이파크도 8000만원 올라
서울 평균치의 2배 넘게 상승
“대입개편-의대 증원 발표 등 작용”
갭투자 등 매매 수요 자극 우려



서울을 대표하는 학원가 중 한 곳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25일 부동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온라인에 나와 있는 대치동 아파트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1066채로 석 달 전인 11월 25일(1441채) 대비 26.2% 줄었다.


13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학원가인 은행사거리의 동진신안 아파트 전용면적 134㎡ 전세 계약이 10억 원에 체결됐다. 지난달 초 같은 평형 전세가격은 8억2000만 원이었다. 한 달 새 1억8000만 원이 오른 셈이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인근의 중랑구나 동대문구에 사는 초등학생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중계동 쪽 중소형 매물을 찾는 문의가 많다”며 “다만 전체적으로 매물이 없어 계약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지난달 11일 서울 강남 학원가 인근 대치아이파크의 전용 84㎡도 한 달 새 8000만 원이 오른 15억 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학원이 몰린 한티역 인근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나 인근 빌라는 전세 매물이 없어 계약을 못 한다”고 했다. 다른 공인중개업소 측은 “의대나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진학하려면 이제 수시건 정시건 무조건 강남으로 와야 한다더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3월 개학을 앞두고 강남구 대치동과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 입시교육에 특화된 이른바 ‘학군지’ 전셋값이 뛰고 있다. 유명 학군지 인근은 새 학기를 앞둔 이사철에 늘 수요가 몰리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상대적으로 쏠림이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미 주요 단지에서는 전세 ‘품귀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대입제도 개편과 2월 의대 정원 확대 발표 등이 학원가 인근으로의 이주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5일 부동산 플랫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대치동의 전세 매물은 이날 기준 1066채로 석 달 전인 11월 25일(1441채) 대비 26.2% 줄었다. 강남구 전체 평균(―11.6%)보다 학원이 몰려 있는 대치동에서 두 배 이상 빠르게 매물이 소진된 것이다. 학원가가 형성된 서초구 반포동 매물도 같은 기간 1732채에서 1303채로 24.8% 감소했다. 목동과 중계동도 각각 6.1%, 2.9% 줄었다. 강남구에는 학원과 교습소만 약 3600곳이 집중돼 있다. 서울시 전체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양천구(약 2200곳)와 노원구(약 1500곳)도 학원가가 형성된 곳이다.

전세 매물이 귀해지자 전셋값도 오름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2월 셋째 주(19일 기준) 서울 전셋값은 0.04% 올라 40주 연속 상승했다. 1월 노원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3억1595만 원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1.72%(536만 원) 상승했다. 강남구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9억8255만 원으로 같은 기간 1.41%(1369만 원) 올랐다. 서울 전체 평균 상승률이 0.77%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배 또는 그 이상 뛴 것이다.

수십억 원짜리 고가 전세 계약도 속속 나오고 있다.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93㎡는 지난달 13일 전세 19억 원에 거래됐다. 현재 호가대로라면 곧 20억 원을 돌파할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목동 트라팰리스이스턴에비뉴의 전용 161㎡도 지난달 20일 전세로는 최고가인 20억 원에 거래됐다. 인근 공인중개업소는 “목동에서도 명문으로 분류되는 목운초·중과 마주 보고 있고 진명여고도 도보 거리에 있는 단지”라고 설명했다.

같은 강남에서도 학원가나 이른바 ‘명문 학교’가 밀집한 지역 단지의 인기가 높다. 대치동 학원가 인근 한 공인중개업소는 “이번 겨울방학에는 같은 강남인 양재동과 우면동에서도 대치동으로 이사하겠다는 문의가 많다”며 “하루에도 문의 전화만 10통씩 오는 등 지난해보다 학군 수요가 두 배는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정부의 2028년 대입제도 개편안 및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이 영향을 미쳤다는 풀이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점차 수능 비중이 높아지는 데다 고교 학점제로 전환되면서 내신의 중요성이 줄어들고 있다”며 “경쟁은 힘들지만 커리큘럼이 좋은 소위 ‘명문 학교’가 의대 등 입시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최근 강남 학군지로 전입하는 학부모들은 자녀의 적응을 고려해 대개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이사를 준비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세사기 여파 등의 영향이 계속되면서 학군지처럼 주거 여건이 좋은 지역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전셋값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는 또 매매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매매가격이 떨어진 상태에서 전셋값이 높아지면 보증금과 매매가 사이의 차이가 줄어들며 ‘갭투자’ 등 매매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