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선 작가 개인-그룹전 4題 종로-용산-마포서 다채로운 전시… 도심 속 인간상 포착한 ‘도시 연작’ 독립운동 앞장선 농민 묘사 ‘암태도…’ 동시대 바라보는 작가 ‘자화상’ 등… “역사에 얽힌 사람 이야기 조명”
서용선의 자화상 ‘두 개의 몸’(2019년). 토포하우스 제공
역사와 도시 풍경 등 다양한 소재를 ‘개인의 경험’이란 관점에서 풀어나가고 있는 작가 서용선(73)의 작품이 서울의 미술관과 갤러리 여러 곳에서 선보이고 있다. 전남 신안군 암태도에서 먼저 선보였던 ‘암태도 소작항쟁’ 연작이 서울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전시되고 있는가 하면, 나무로 조각한 인물상은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 단체전에서 볼 수 있다. 이 밖에 도시 풍경과 자화상도 갤러리 전시에 출품됐다.
● 역사는 사람의 이야기
서용선은 ‘단종 애사’를 그린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문자로는 제대로 기록되지 않고 구전으로 내려온 단종에 얽힌 이야기들을 오랫동안 회화로 그려 왔고 이 작업은 계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서용선을 ‘역사 화가’로 보기도 하는데, 그는 “역사 자체를 기록하기보다 그것에 얽힌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고 말한다.
문화비축기지의 ‘서용선 프로젝트: 암태도’전 작품들은 그의 말처럼 역사를 사건 중심이 아니라 그것에 얽혔던 사람들의 감정과 내면을 조명한다. 암태도 소작 항쟁은 1923∼1924년 일제강점기 소작료를 낮춰 달라는 요구가 묵살되자 농민 500여 명이 배를 타고 목포로 나가 항의하고 단식 투쟁으로까지 이어진 항일운동을 말한다.
문화비축기지 T5이야기관, T6영상미디어관, T6문화아카이브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작품들에서는 배를 타고 목포로 나갔던 농민들의 결연한 표정과 구호가 더 생생하게 묘사되거나, 항쟁 주도자인 서태석의 비극적 결말이 강조된 모습을 볼 수 있다. 한편 이렇게 농민들이 항일운동에 나선 계기가 된 3·1운동과 동학농민운동을 담은 작품도 제시해 하나의 사건을 다각도로 조명한다. ‘서용선 프로젝트: 암태도’전은 5월 5일까지 열린다.
● 도시 풍경과 자화상
서울 용산구 페이스갤러리 서울에서 볼 수 있는 작품 ‘숙명여대역 07-09시’(1991년). 페이스갤러리 서울 제공
이렇게 역사와 도시 풍경을 바라보는 작가의 모습을 담은 자화상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 종로구 토포하우스에서 열리는 서용선 개인전 ‘나를 그린다’에선 1995년부터 2024년까지 그린 자화상 30여 점을 볼 수 있다. 또 서울 종로구 김종영미술관 그룹전 ‘용 龍·用·勇’은 서용선을 비롯해 인간의 삶을 탐구하는 작업에 전념한 70대 작가 김을 김주호 김진열의 작품을 소개한다. 각각 3월 17일, 24일까지. 모든 전시는 무료.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