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北, 외화벌이 줄어들라… 中폭동 소수만 송환-무마 시도”

입력 | 2024-02-26 03:00:00

유엔 제재에 中도 직원 교대 비협조
소식통 “北 해외노동자 통제력 약화”
中서 받은 임금, 軍자금으로 상납돼
“임금 돌려막기 중… 폭동 불씨 남아”



평양 주택 건설 착공식서 발파 단추 누르는 김정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이 23일 평양 화성지구에서 열린 1만 가구 살림집(주택) 3단계 건설 착공식에 참석해 발파 단추를 누르고 있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2000여 명이 지난달 임금 체불에 항의해 공장을 점거하고 대규모 시위를 벌인 가운데 북한 당국이 폭동의 핵심 주도자 10명 안팎의 소규모 인원을 북한으로 송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동 참가자를 전원 귀국시키고 싶어도 중국이 북한 노동자 입국을 제한함에 따라 송환한 인원만큼 신규 노동자를 중국에 파견하기 어려워 외화벌이에 타격을 입는 딜레마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정보 당국도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력이 약화되고 있다고 보고 연쇄 반발로 확산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폭동 참가자에게 임금 일부 지급해 무마 시도”


현지 상황에 정통한 대북 소식통은 25일 “폭동을 주도했다고 판단되는 소수의 핵심 인물 10명 안팎에 대한 송환이 이뤄졌다고 한다. 북한 수뇌부까지 보고가 된 초유의 사태인 만큼 이들은 엄벌에 처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또 “북한 입장에선 파업에 직접적으로 참가한 노동자들을 대규모로 송환해 처벌하고 싶겠지만 현지 상황이 여의치 않다”고 했다.

이는 파업 참가자들을 대규모로 송환할 경우 외화벌이를 위해 비슷한 규모의 신규 노동자들이 중국에 파견돼야 하는데 중국에서 북한 노동자 입국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노동자의 해외 파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위반이다. 현재 중국엔 9만 명가량의 북한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그동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 등으로 귀국하지 못했던 중국 파견 노동자들을 귀국시키고 이를 새 노동자로 교대하려 했으나 중국 측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해외에 파견된 다른 북한 노동자들에게 폭동 사건을 선전하는 꼴이라 파업 참가자의 대규모 송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당국은 송환되지 않은 폭동 참가자들에게 밀린 임금을 일부 지급하는 방식으로 반발을 무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북한 국방성 산하의 중국 내 외화벌이 회사들이 코로나19 기간에 중국 공장으로부터 받은 임금을 북한 노동자들에게 주지 않고 ‘전쟁 준비 자금’ 명목으로 평양에 전액 상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벌어졌다. 일반적으로 북한 기업은 노동자를 파견하고 중국 공장으로부터 월급을 받아 본국 상납금 등을 뺀 나머지를 노동자에게 지급하는데 이마저도 떼어먹었다는 것.

이에 지난달 11일 분노한 2000여 명의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지린성 허룽에 위치한 의류 제조·수산물 가공 공장을 점거해 북한에서 파견된 관리직 대표와 감시 요원을 인질로 잡았고 폭동 과정에서 관리직 대표 1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북한 당국은 폭동을 수습하기 위해 현지 총영사와 비밀경찰 국가보위성 요원까지 동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 “추가 임금 체불 따른 연쇄 폭동 가능성”


북한은 임시방편으로 중국에 나가 있는 주재원들로부터 현금을 각출하거나 다른 무역회사에서 자금을 급하게 끌어오는 방식으로 폭동에 참가한 노동자들에게 체불 임금 일부를 지급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체불 임금이 수백만∼수천만 달러에 달하고, 중국 내 다른 공장들도 사정이 비슷해 추가 임금 체불에 따른 연쇄 폭동 불씨가 남아 있다는 게 소식통들의 평가다.

대북 소식통은 “해외 노동자들에 대한 북한 당국 통제력이 그만큼 약화됐다. 당국이 강하게 옥죄면 주변으로 동요가 확산될 수 있다”면서 “열악한 환경 속 외화벌이 최전선에 있는 수만 명의 해외 파견 노동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