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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생명을 첫째로” 연대 의대 졸업생들 ‘선서’…“취재진 조심”

입력 | 2024-02-26 13:44:00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6층 은명 대강당에서 26일 열린 ‘2023학년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생 114명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하고 있다. 2024.02.26/뉴스1

“양심과 위엄으로써 의술을 베풀고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6층 은명대강당에서 열린 ‘2023학년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학위수여식’. 연대 의과대학 졸업생 114명은 진지한 표정으로 의사가 지켜야 할 윤리를 규정한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임했다.

학사모를 쓰고 가운을 입은 졸업생들은 오른손을 든 채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며 히포크라테스 선서문을 읽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는 강제 조항이 아니라 어긴다고 면허가 박탈되지 않지만, 의사의 직업윤리를 상징하고 있다.

26일 ‘2023학년도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학위수여식’이 진행된 신촌 세브란스병원 6층 은명대강당 입구에 초대권을 소지한 사람만 입장이 가능하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2024.2.26/뉴스1 ⓒ News1


이날은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사직을 한 지 일주일이 되는 날이다.

전공의 9006명이 업무를 이탈하며 의료 공백이 현실화했고 수술 지연 및 취소 등 안타까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들이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다는 환자들과 가족은 불안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연대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전공의 612명 가운데 600명 가까이가 사직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주요 5대 병원인 이른바 ‘빅5’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이다.

이은직 의대학장은 졸업식에서 “6년간 가르친 선생으로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무겁게 입을 열었다.

이 학장은 “정원 증원과 관련해 전국적으로 어렵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졸업식을 거행하게 됐다”며 “국민의 건강을 돌보는 보건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대한민국의 바른 의료시스템을 확립하지 못한 책임을 느끼며 송구함을 토로한다”고 했다.

이 학장은 “그럼에도 어렵고 힘든 여정 끝에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이 선정한 ‘올해의 교수’인 이용승 의대 교수는 “오늘 여러 가지로 우리가 웃기 힘든 그런 상황”이라며 무거운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교수는 “힘든 과정들을 밟고 최고의 의과대학을 당당하게 졸업하는 여러분들이 주인공인 날”이라며 “어디를 가나 연세대 의대 졸업생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축사를 끝마쳤다.

이날 졸업식은 다소 엄숙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특히 졸업생 가족 등 초대권 소지자만 입장이 허용됐다.

연세대 의대에선 졸업생 114명이 배출됐다. 졸업생들은 졸업 영상을 보면서 가볍게 웃었고, 학우가 상을 받을 때면 손뼉을 쳤다.

학위수여식이 끝난 후에도 졸업생들에게선 긴장감이 엿보였다. 이날 학위수여식 기념 촬영을 끝마친 후 학교 측 관계자는 ‘병동에 취재진이 있으니, 학생과 학부모님들은 조심해라’는 취지의 공지를 했다.

실제로 이날 학위수여식에 참석한 졸업생들은 취재진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거나 인상을 찡그리기도 했다.

자녀들의 졸업을 지켜보러 온 학부모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한 학부모는 “사안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해서 답하기 곤란하다”라며 답을 거절하기도 했다.

한편 정부는 근무지를 이탈한 전공의 9006명에게 오는 29일까지 근무지로 복귀해달라고 요청했다. 29일까지 근무지에 복귀하는 전공의는 현행법 위반에 대해 최대한 정상 참작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