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이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밑돌면서 코스피가 내림세로 돌아섰다.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주목 받으면서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금융주와 유통·자동차 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77%(20.62포인트) 떨어진 2,647.08에 마감했다. 이날 오전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매도에 나서면서 장중 1.4% 넘게 하락했지만 이후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지수도 0.13%(1.17포인트) 하락한 867.40에 거래를 마쳤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꼽혔던 이른바 ‘저(低) PBR’ 종목들이 대거 폭락하면서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정부 발표에 굵직한 세제 혜택이나 규제 개선 등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자 실망 매물이 대거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발표 이후 인터넷 종목 토론 게시판 등에는 “빈껍데기 밸류업”, “밸류 다운(down) 정책” 등 비판 일색의 게시물로 도배됐다. 한 개인 투자자는 “정부를 믿고 국내 증시에 투자한게 잘못”이라고도 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발표된 지원방안을 두고 기업을 향한 인센티브도 부족한데 강제성도 없다며 ‘당근과 채찍 없는 맹탕’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 발표에 국내외 투자자들의 실망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기대감으로 올랐던 저 PBR 종목에 대한 일시적인 주가 되돌림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월말 이후 배당락(주식의 배당 기준일이 지나 배당금 받을 권리가 없어지는 것)의 영향으로 저PBR 종목들의 주가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달 28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29일 KB금융, 우리금융, 현대차 등의 배당기준일이 몰려있다.
반면 정부의 후속 대책을 보고난 뒤 평가해야 한다는 유보적인 반응도 있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는 “이사회의 책임 있는 역할을 명시하거나, 외부 투자자와의 소통과 피드백을 공개적으로 명기하게 하는 등 중요한 내용들을 잘 반영했다”며 “추후 대책에서 장기 투자자 지원 방안이나 배당소득세 분리 과세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