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친문재인)계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최고위원이 26일 친명(친이재명) 지도부의 ‘사천 논란’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최고위원회 회의에 불참했다. 홍익표 원내대표에 이어 고 최고위원도 가세한 것. 고 최고위원은 전날 심야까지 이어진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친명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의 비명 강병원 의원(서울 은평을) 지역구 출마 논란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공천 지연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럴 거면 최고위를 왜 여나. 이재명 대표가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최고위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보이콧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당무거부’를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오전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회의에 불참한 고 최고위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날 밤 최고위에서 당내 여론조사, 하위 20% 명단의 공정성 논란을 논의하자고 했는데 수용되지 않았다”며 “거듭된 문제 제기에 대해 다른 지도부가 묵묵부답인데, (이럴 거면) 최고위는 왜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고 최고위원은 임 전 비서실장 외 이광재 전 사무총장의 공천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대표는 친문계 지도부 반발에 대해 “민주당은 1년 전 확정한 특별당규에 의해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고 일축하며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 경선 방침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정필모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선거관리위원장직에 이날 친명계 3선 박범계 의원을 선임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결국 눈, 귀 막고 끝까지 ‘사천’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불출마 선언도 이어졌다. 초선인 소병철 의원(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갑)은 이날 불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국민이 당내의 분열과 대립된 상황에 실망하고 차가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으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사천 논란을 비판했다.
친명계 내에서도 반발이 나왔다. 친명 이용빈 의원은 광주 광산갑 경선에서 맞붙게 된 ‘찐명’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이 정치신인 가산점 20%를 받는 것에 반발하며 “기울어진 경선”이라고 비판했다. 박 전 고검장은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사다. 역시 친명계로 분류되는 전용기 의원도 당 안팎에서 제기된 불공정 여론조사를 비판하며 “(나에 대해서도) 세 차례나 불공정한 여론조사를 돌려 기획성 편파 판정이 우려된다”고 반발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