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4월 총선 선거구 획정안을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기 위한 ‘협상 데드라인’인 26일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협상이 불발되면 여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국회의원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 제출안(案)대로 선거구를 확정할 가능성이 높다. 과반 의석의 더불어민주당이 획정위안대로 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44일 남겨둘 때까지 각자 텃밭 의석수를 사수하기 위한 ‘치킨 게임’을 이어오다 “인구 비례가 맞지 않으면 위헌 소지가 있다”는 경고음에 결국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 그동안 여야 합의안 도출을 기대하며 현장 표심을 다져온 예비후보들은 물론이고 유권자들도 혼란을 호소하고 있다. 획정위안대로 국회를 통과하면 강원 지역에선 서울 전체 면적의 8배에 달하는 ‘공룡 선거구’가 탄생할 전망이라 대표성 논란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선관위 원안대로 29일 처리해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2024.2.26. 뉴스1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2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29일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정상적인 선거가 되지 않는다”며 국민의힘에 획정위 원안대로 통과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29일에 처리하자는 취지다. 홍 원내대표는 “획정위안은 4곳의 신설과 4곳의 합구(合區)구가 이뤄지는데, 4곳 줄어드는 곳이 (민주당 우세 지역이라) 일방적으로 민주당에게 불리하다”면서도 “그럼에도 민주당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 획정위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이) 이제 와서 획정위안을 받지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막판 획정위안 ‘유턴’에 반발하고 있다. 여야 간 잠정 합의 내용까지 모두 무효화할 경우 국민의힘 강세 지역인 강원에서 ‘공룡 선거구’ 탄생이 불가피해진다는 것. 획정위안에 따르면 강원 속초 철원 화천 양구 인제 고성 등 6개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은 지역구가 만들어지는데, 해당 지역구 면적(4900㎢)이 서울 전체 면적(605㎢)의 8배를 넘는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재선·강원 속초-인제-양양-고성)은 “(획정위안대로) 강원 북부권 6개 시군을 묶으면 선거구 면적이 서울시의 8배가 되고, 강원도 전체 면적의 30%이자 서울 의원 1명의 323배에 달하는 면적을 의원 1명이 관할하게 된다”고 반발했다.
● 현장선 “하루빨리 결정 내 달라” 아우성
2024.2.19. 뉴스1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면서 선거 현장의 혼란은 극심해지고 있다. 특히 획정위안대로 갈 경우 지역구가 줄어들게 되는 지역의 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반발에 나섰다.
획정위가 4석에서 3석으로 합구를 제안한 경기 부천의 민주당 현역들은 이날 “오로지 국민의힘 텃밭 사수를 위한 짬짜미 제안”이라며 선거구 유지를 요구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부천 지역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합구에 대비해 선거운동 전략을 짜는 것이 좋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29일 본회의에서 처리하려면 여야가 늦어도 28일까지는 협상을 마쳐야 하는 만큼 획정위안을 대체할 새 합의안 도출까진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국회 관계자는 “3월 초 ‘원포인트 본회의’를 열어서라도 처리가 가능하다”며 “막판까지 협상할 것”이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