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상 5개 부문 후보 오른 美 영화 ‘바튼 아카데미’ 국내 개봉 교사-학생 간 유대 따뜻하게 담아
영화 ‘바튼 아카데미’에서 학생 앵거스(도미닉 세사·왼쪽), 역사 교사 폴(폴 지어마티·가운데), 학교 주방 요리사 메리(더바인 조이 랜돌프)가 함께 크리스마스 저녁 식사를 하고 있다. 연휴이지만 가족 없이 홀로 남은 세 사람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의 아픈 구석을 이해하게 된다. 유니버설픽처스 제공
선생님이 학생을, 학생이 선생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예전 같지 않은 시대다. 이런 시대에 사제 사이의 의미를 따뜻하게 되새길 수 있게 해줄 영화 ‘바튼 아카데미’가 21일 개봉했다. 영화는 다음 달 열릴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5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해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1989년)를, 마음이 다친 아이와 어른 간의 진한 유대감을 다뤘다는 점에서 영화 ‘굿 윌 헌팅’(1998년)을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다.
영화의 배경은 1970년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미국 뉴잉글랜드의 기숙학교 ‘바튼 아카데미’다. 신난 철부지들로 가득한 이곳에서 앵거스(도미닉 세사)는 휴양지로 떠날 생각에 들떠 있다. 하지만 방학식 직전 재혼한 엄마로부터 이번 연휴는 양아버지와 단둘이 보내겠다는 매몰찬 전화를 받고 원망과 슬픔에 빠진다. 기숙사에 홀로 남은 앵거스를 돌보기 위해 남은 건 악명 높은 역사 선생님 폴(폴 지어마티). 가족도, 친구도 없이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만 몰두하는 괴팍한 폴은 바튼 아카데미 학생들에게 ‘기피 1순위’ 교사다. 이들과 함께 학교 요리사 메리(더바인 조이 랜돌프)도 쓸쓸히 남았다. 그의 아들은 얼마 전 베트남 전쟁에서 목숨을 잃었다. 하루는 괜찮다가 다음 날엔 눈물로 지새우는 메리까지 각자의 이유로 혼자가 된 세 사람은 함께 따뜻한 밥을 차려 먹고, 저녁 시간을 보낸다. 이들은 천천히 서로의 아픔을 이해하게 된다.
영화의 매력 포인트는 1970년대를 직접 재현한 듯한 미장센이다. 1970년 크리스마스를 맞은 학교 기숙사가 배경인 만큼 그 시절의 포근함과 따뜻함이 묻어난다. ‘일렉션’(1999년) ‘어바웃 슈미트’(2003년)의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6년 만에 내놓은 영화다. 그는 소박하면서도 우아한 교정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매사추세츠주의 공립학교를 5군데나 섭외했다. 식당, 체육관, 복도, 외관, 예배당 등을 각기 다른 학교에서 따로 찍었다. 그는 “영화가 단지 1970년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1970년에 촬영된 것처럼 보이고, 들리는 영화가 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영화에 사용된 자동차와 의복 모두 그 당시 것을 가져왔다. 드론 촬영 등 1970년대에 없던 촬영 기법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영화는 페인 감독 의도대로 투박하지만 정겹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