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이우카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했다. 제2의 바흐무트라고까지 불리던 전투에서 러시아군이 전과를 올렸다. 이제 우크라이나의 힘이 다하고 러시아가 우세를 잡았다. 더 불리해지기 전에 우크라이나가 휴전에 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러시아군도 공세를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의 지원안이 하원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우크라이나군이 수세로 돌아선 건 작년 말부터였다. 그러나 러시아군 역시 화력의 우위 속에서도 심지어 아우디이우카를 집중적으로 공격했음에도 우크라이나군이 꽤 오래 버텼다.
러시아군은 작년 2차 징집 이후로 군의 전술적 역량은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주어진 기회와 시간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도 군수와 무기에는 여유가 많지 않은 듯하고, 군의 전체적인 역량, 조직의 경직성, 정치적 압박 등은 쉽게 개선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국의 군수 지원이 끊어지고, 유럽은 아직 군비가 충분치 않다. 병력도 많이 소진되었다. 상황이 좋던 시절에도 극심한 전술적 불균형이 있었다. 제공권, 기갑부대, 기타 여러 부분에서 한계가 너무 많았다. 이런 불균형 속에서 지난 한 해 러시아를 상대로 공세를 유지한 것 자체가 기적적인 일이다.
미국이 완전히 지원을 끊진 못할 것이다. 다만 지원의 내용과 질이 좀 더 과감해질지, 이전 형태를 유지할지, 우크라이나가 함락되어서도 안 되지만, 러시아를 지나치게 자극해서도 안 된다는 입장을 유지할지가 관건이다.
전쟁은 상대를 먼저 파괴하는 전쟁이 될 때도 있고, 누가 더 늦게 파괴되느냐는 싸움이 될 때도 있다. 안타깝게도 이 전쟁은 후자에 속한다. 최근 양국에서 동시에 파열음이 들린다. 그것은 한쪽이 결정적으로 불리해지는 신호가 아니라 서로 부서져 가는 싸움이 진행되는 과정이다. 무장 국가로서 유럽의 신속한 변신, 미국의 각성 속도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