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사의 해외 상업부동산 투자 55조 북미에 포트폴리오 집중돼 “1조 이상 손실” 금융당국, ‘기관 합산’ 차원서 쏠림 막아야
어준경 연세대 경영대 교수
얼마 전 야당의 한 의원실에서 국내 주요 금융 그룹이 해외 부동산 투자로 1조 원 이상의 평가 손실을 기록하고 있다는 자료가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기관과 개인투자자의 손실 우려와 함께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자산 가격은 해당 자산에서 발생하는 미래 현금 흐름을 적정 할인율로 나눈 현재 가치의 합으로 계산된다. 상업용 부동산의 경우 그 건물을 임대하여 얻을 수 있는 임대 수익이 미래 현금 흐름이 될 것이고, 해당 건물이 가지는 위험을 고려한 요구 수익률이 할인율이 될 것이다. 이 틀에 의하면 현재 북미의 상업 부동산은 양방에서 가격 하락의 압박을 받고 있다. 코로나 이후로 많은 근로자들은 예전처럼 사무실에 매일 출근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회사 역시 시스템이 이미 구현되어 있는 상황에서 일부 인력의 원격근무를 허용하는 것이 효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임대 수요를 떨어뜨려 상업 부동산의 미래 현금 흐름을 악화시킨다. 동시에 긴축 통화정책으로 시장 이자율에 따라 요구 수익률, 즉 할인율 또한 높아졌는데, 이런 상황이 금방 바뀌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자산 가격에 이중으로 악재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해당 의원실의 자료가 보도된 이후 금융감독원은 언론 브리핑을 통해 조금 더 광범위한 자료를 발표하면서 해외 부동산 투자에 대한 우려가 번지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금감원의 자료에 따르면 2023년 6월 기준 국내 금융기관은 55조8000억 원의 해외 부동산 투자 잔액을 보고했다. 이는 홍콩 주가지수에 연계된 ELS 판매액의 거의 3배 가까이 되는 규모이다. 다만 절반 정도가 보험사의 선순위 투자이고 18조 원을 보고한 은행과 증권사도 충당금을 충분하게 쌓아 위협이 되는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더욱이 투자 규모 자체가 금융사의 총자산과 비교하면 1%가 안 되는 비중이라는 점도 금감원이 과도한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한 이유 중 하나였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매번 사후약방문식 정책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면 금융당국이 포트폴리오 관점에서 선제적으로 위험을 관리하는 것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여러 사례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에서는 이른바 투자의 쏠림 현상이 자주 관측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홍콩 주가지수 또는 미국 부동산에 투자가 집중돼 지역경제적 위험을 분산화하는 것이 어렵게 된다. 물론 개별 기관별로 특정 자산과 지역의 위험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기관이 동시에 위험 한도를 상당 부분 채우고 있는 상황이라면 개별 금융사 차원에서는 적정 수준이라고 할지라도 기관 합산 포트폴리오의 적절한 분산화는 이루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총체적인 위험 관리는 개별 기관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으로 당국의 선제적인 개입이 필수적이다. 투자 의사 결정은 물론 민간 투자자의 몫이지만 이러한 사전 조정의 실패(coordination failure)를 막는 것은 감독 당국의 몫이다.
다른 한편으로 당국에 요구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이다. 예컨대 해외 부동산 투자로 인한 손실 책임에 대한 대응은 ELS 사태와 관련한 정책과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투자 금액이 12조 원이 넘는 상황을 고려하면 실현된 손실에 대한 책임을 두고 기관과 투자자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금융 당국은 절대적인 원칙을 가지고 금융시장의 약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되 투자자 구제의 범위와 방법에 다른 기준을 적용하면 안 된다. 만일 손실을 입은 개인투자자의 수가 많고 이슈화가 더 많이 된다는 이유만으로 그 기준이 달라지게 되면 도덕적 해이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불만이 가중되어, 향후 감독 정책의 신뢰도와 정당성에 상처를 입게 될 것이다.
어준경 연세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