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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기업실적 개선 없는 주가부양용 분칠론 ‘밸류업’ 어렵다

입력 | 2024-02-26 23:54:00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세부 방안을 어제 발표했다. 코스피·코스닥 상장기업들이 자사 주가를 분석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계획을 스스로 세워 매년 자율 공시하도록 한 게 핵심이다. 기업가치 개선 노력이 주가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는 주가순자산비율(PBR), 자기자본이익률(ROE), 배당 성향 등이 우수한 기업들로 구성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상장지수펀드(ETF)를 만들어 투자를 유인할 방침이다.

이번 대책은 예고했던 대로 일본 정부의 주가 부양책을 상당 부분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기업들을 움직일 만한 당근과 채찍이 빠져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기업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어제 나온 지원책은 모범 납세자 선정 등의 수준에 그쳤다. 정부는 상반기에 자사주 소각이나 배당을 확대한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추가 발표할 예정인데, 어떤 내용이 담기느냐에 따라 기업 참여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어제 밸류업 대책 발표에도 코스피가 0.8% 가까이 하락하면서 정부가 주도하는 단기 부양책으로는 지속 가능한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정부가 공매도 전면 금지,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을 연이어 내놨지만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와 달리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어제 8년 만에 미국 다우존스지수까지 추월하며 이틀 연속 사상 최고치를 뛰어넘었다. 이를 견인하는 힘은 기록적 엔저와 독보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일본 기업의 탄탄한 실적이다.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국내 상장사 대부분이 시장 전망치를 밑도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상장사 42%가 번 돈으로 이자도 못 내는 좀비기업인 상황에서 증시 활황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일본판 밸류업 프로그램을 이끈 도쿄증권거래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일회성 주가 부양 대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사업·투자 현황을 재검토하고, 수익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했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 실적과 증시의 체질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주가 부양책은 또 다른 거품을 만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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