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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고부가TV 80% 독주… “AI TV로 中과 격차 확대”

입력 | 2024-02-27 03:00:00

삼성-LG, 작년 프리미엄 1-2위
저가 공세 中에 초격차 전략 통해
LG “AI칩 탑재 화질-음질 차별화”
삼성 “OS생태계 구축 맞춤서비스”



프리미엄급 TV인 삼성전자의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8K TV’(위쪽 사진)와 LG전자의 2024년형 ‘퀀텀닷 나노셀 발광다이오드(QNED) TV’. LG전자는 26일 2024년형 OLED·QNED TV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주력 제품인 OLED TV 출고가는 77형 기준 650만∼900만 원이다. 삼성전자도 조만간 2024년형 TV를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네오 QLED TV 2023년형 출고가는 75형 기준 809만∼1280만 원이다. 삼성전자·LG전자 제공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의 초격차 전략이 빛을 발했다. 지난해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이 80%에 육박하며 저가 공세로 달려드는 중국 업체들과의 수준 차이를 입증했다. 삼성과 LG는 그간 기술 격차를 유지해주던 고품질 디스플레이뿐만 아니라 인공지능(AI), 운영체제(OS) 고도화를 통한 소프트웨어 차별화까지 더해 중국과의 격차 벌리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

26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2500달러(약 330만 원)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점유율은 각각 60.5%, 19.1%로, 총 79.6%를 차지했다. 두 업체의 합산 점유율은 2021년 66.4%로 바닥을 찍었다가 2년 연속 반등했다.

반면 중국의 양대산맥인 하이센스와 TCL을 합친 점유율은 2021년 4.3%로 피크를 찍었으나 지난해 1.6%까지 고꾸라졌다. 중국은 지난 10년간 고부가가치 TV 시장에서 한국을 따라잡으려 막대한 투자를 쏟아부었지만 아직 명함도 못 내미는 실정이다. 한때 전 세계 TV 최강자였던 일본은 한국과 중국 사이에서 고전하고 있다. 소니와 파나소닉을 합한 점유율은 2019년 26.6%에서 지난해 16.7%로 떨어졌다.

한국이 프리미엄급 시장을 사실상 제패한 것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등 고부가 기술에서 격차를 벌린 영향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2022년 OLED TV 시장에 뛰어들면서 고부가 시장의 파이를 크게 키웠다.

중국은 OLED TV 시장에서 주요 기업 순위에 이름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OLED 시장에서 1∼5위는 LG, 삼성, 소니, 파나소닉, 필립스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자국 시장에서 OLED TV를 일부 판매하고 있지만 존재감이 전혀 없다”며 “OLED 패널을 확보하려면 한국으로부터 들여와야 하는데 그러면 한국 TV보다 더 비싸져 경쟁력이 없다”고 말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4’에서도 중국 업체들이 최신 발광다이오드(LED) 제품들을 대거 선보였지만 여전히 격차가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당시 백선필 LG전자 HE상품기획담당 상무는 “여전히 기술력이나 시장점유율에서 중국과 한국 간 격차가 크다”며 “디자인, 사용성 등의 차별화를 통해 격차를 더 벌릴 수 있고 우리 제품은 중국 제품보다 가격을 1.2∼1.3배 받아도 팔린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들은 고부가 디스플레이, 대화면을 넘어 소프트웨어 고도화를 통해 차이를 벌리겠다는 전략이다. AI를 적용해 화질, 음질을 더 업그레이드하고 중국 업체들은 못 하는 자체 OS 생태계를 구축해 사용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LG전자는 26일 2024년형 OLED·퀀텀닷 나노셀 발광다이오드(QNED) TV를 다음 달 13일 국내를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AI 성능을 강화한 신규 프로세서(두뇌 역할을 하는 처리 장치)를 탑재해 더 선명한 화질과 풍성한 공간 음향을 제공한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도 다음 달 중순 ‘2024년형 네오 QLED 8K TV’를 출시한다. 삼성전자는 앞서 CES 2024에서 신제품 TV가 저화질 콘텐츠를 8K 화질로 선명하게 바꿔줄 수 있고 각종 가전을 연결하는 스마트홈 디바이스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고부가 TV 시장의 경쟁은 소프트웨어에서 정면승부가 펼쳐질 것”이라며 “중국은 아직 하드웨어에서도 한참 뒤처져 있기 때문에 한국을 따라잡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