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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그린벨트 해제” 5일 만에 “역대 최대 군사보호구역 해제”

입력 | 2024-02-27 00:00:00

강원 화천군 하남면 거례리의 한 야산에 ‘군사시설보호구역’ 말뚝이 박혀져 있다. 2018.12.6/뉴스1


국방부가 여의도 면적의 117배나 되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을 해제하기로 했다. 한 번에 해제되는 규모로 역대 최대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충남 서산비행장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지난주 울산을 방문해 비수도권 그린벨트를 20여 년 만에 ‘화끈하게’ 풀기로 한 데 이어 5일 만에 또 파급력이 큰 토지 규제 해제 방안을 내놨다.

해제가 결정된 보호구역은 서산시 공군비행장 주변, 강원 철원군 접경지역, 경기 평택시 고덕국제신도시 등 7곳이다. 해제 규모가 총 339㎢ 규모다. 작년 말 국방부는 서울 등 8개 광역시도에서 여의도 19배 넓이의 보호구역을 푼 바 있다. 지역민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보호구역은 국방부가 실효성 등을 면밀히 따져 해제 여부를 판단한다. 불과 두 달 만에 다시 6배 규모의 보호구역을 해제하는 것을 놓고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의식한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을 방문해 지역 민원과 맞물린 대형 정책을 발표하는 윤 대통령의 행보는 지난달부터 계속되고 있다. 통상 연초에 끝나는 부처별 대통령 업무보고의 형식을 올해는 민생토론회로 바꿔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가 지나는 경기 의정부에선 134조 원이 소요되는 GTX 연장·신설 계획을 밝혔다. 이달 21일에는 도심 일부가 녹지로 묶인 울산을 찾아 그린벨트 해제 계획을 발표했고, 22일엔 원전산업 의존도가 높은 경남 창원에서 원전 생태계 복원 계획을 내놨다.

문제는 대통령이 ‘지역 민원 해결사’ 역할을 자임하다시피 하며 꺼내놓는 정책이 종합적 밑그림을 토대로 신중히 진행돼야 할 국토 균형발전 등 다른 중요한 국가적 목표들과 상충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렇게 발표되는 정책들 대부분은 지역 표심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들이어서 야권을 중심으로 지나친 선거 개입이란 지적이 커지고 있다.

주 2회꼴로 나오는 초대형 정책들에 드는 비용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급증하면서 발표된 정책들이 현 정부 임기 중 모두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란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이 지난 두 달간 내놓은 선심성 정책들만 해도 과거 선거를 앞두고 암묵적으로 용인돼온 ‘정부 여당 프리미엄’ 수준을 크게 넘어서고 있다. 정부와 대통령실의 자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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