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근 조달청장 인터뷰 ■ 현장 목소리 이행팀 신설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 추진… 공공 조달 기본 다지는 데 집중 ■ 성장 돕고 개혁 과제 발굴 사업비 등 발주 지원 기간 줄이고… 역대 최대 39조 원 조달계약 집행 10억 원 투입해 해외 진출 지원
임기근 조달청장이 26일 대전 서구 정부대전청사 집무실에서 동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임 청장은 “기본을 확립해 중소·벤처·혁신기업의 벗이 되겠다”고 말했다. 조달청 제공
“중소·벤처·혁신기업과 조달청은 마치 물과 물고기처럼 친밀한 사이라는 수어지교(水魚之交)라고 할 수 있습니다.”
26일 정부대전청사 조달청 집무실에서 만난 임기근 조달청장은 57만여 개에 이르는 관련 기업과의 관계를 설명하며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12월 취임한 임 청장은 “공무원 조직 특유의 경직성을 깨뜨리고 중소·벤처·혁신기업과 친근한 벗이 되겠다”며 “현장에서 속도감 있게 체감할 수 있는 정책으로 국민과 조달 기업에 보탬이 되겠다”고 했다. 그는 “최근 고물가 여파 속에서 민생 경제에 도움이 되는 세심한 정책적 보살핌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한 뒤 “공정, 품질, 안전을 바탕으로 국민과 기업의 눈높이에 맞는 공공 조달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 공공 조달 기본 확립·속도감 있는 추진
임 청장은 “정책을 만들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가지는 중소·벤처·혁신기업을 벗처럼 여겨야 한다는 것과 기본을 확립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구성원들에게 ‘체감·현장·행동·속도’ 등 4가지 업무 방식을 주문했다”며 “민생 경제를 뒷받침하고 공공 조달의 기본을 탄탄히 다지는 데 힘을 집중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공공 공사는 빠르게 진행되도록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임 청장은 “총사업비, 공사원가, 설계 적정성 검토 등 발주 지원 소요 기간을 줄이겠다”며 “유찰이 잦은 대규모 기술형 입찰은 수의계약 등으로 전환해 사업이 늦춰지는 것을 막겠다”고 말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달사업은 상반기(1∼6월)에 빠르게 집행하기로 했다. 임 청장은 “상반기에 역대 최대 규모인 총 39조 원의 조달계약을 집행할 방침”이며 “조달 수수료는 최대 15%까지 낮출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 대응에 대해서는 “비축 규모 확대, 품목 다양화로 공급망 위기 대응력을 강화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규 비축 자금 700억 원을 들여 알루미늄, 니켈, 구리 등 주요 비철금속과 요소 같은 경제 안보 품목 비축량을 더 늘릴 계획”이라며 “현재 단건으로 진행되는 비철금속 구매는 연간 공급계약으로 바꿔 안정적으로 수급하겠다”고 했다.
● “현장에서 묻고 고민해 답 찾겠다”
그는 인터뷰 내내 ‘민생과 현장’을 강조했다. 임 청장은 “조달청에서 해오던 혁신 제품 수여식을 최근 기업에서 열고 토론회를 개최해 개선 사항을 들었다”며 “최근 두 달 동안에만 10번 넘게 현장을 누볐다. 바꿔 달라는 요청들은 목록화해서 반드시 답하겠다”고 했다. 또 “해결하기 어려운 점은 무조건 ‘안 된다’는 말 대신에 ‘시범 도입’이나 ‘단계적 적용’을 통해 해결 방법을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해외 진출 지원사업은 입체적으로 추진한다. 임 청장은 “우리 기업이 유엔 등 국제기구 조달 시장에 참여하는 비율은 1% 안팎에 그친다”며 “해외 조달 품목 변화를 분석해 집중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임 청장은 유엔 조달 품목 중 식음료 분야를 예로 들며 “2021년에 28억 달러였던 식음료 분야가 이듬해 37억 달러로 증가했다. 올해 시범사업으로 지원사업 대상 기업 선정에서 식음료 분야를 우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 실증, 공적개발원조(ODA), 수출 바우처 등 범부처 수출지원 프로그램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그는 “올해 10억 원을 들여 해외 조달 시장 진출 맞춤형 종합지원사업을 추진한다”며 “단순한 입찰 정보만 알려주는 소극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가격, 재질, 수량 등 세세한 정보까지 적극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대전=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