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관영매체 ‘신화왕’ 한국대표 역임 미디어업체 운영하며 CCTV 등 협력 한국내 중국인 국외이송 역할 의혹 주변 자금흐름 추적 등 수사력 집중
서울 송파구 한강변의 중식당 \'동방명주\'의 모습. 이 식당은 2022년 말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비밀경찰서\' 거점이란 의혹이 제기됐고, 지난해 1월 폐업했다.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
중국 정부의 ‘해외 비밀경찰서’ 거점으로 운영됐다는 의혹을 받는 서울 중식당 ‘동방명주’의 실소유주 왕하이쥔 씨(46)에 대해 경찰이 업무상 횡령 혐의를 적용해 강제수사에 나선 것으로 26일 확인됐다. 수사 대상에는 과거 중국 관영 매체들과 협력사업을 벌인 왕 씨의 미디어 업체도 포함됐다. 경찰이 왕 씨 주변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비밀경찰서’ 의혹의 실체가 밝혀질지 주목된다.
● 王, 과거 중국 신화왕 한국채널 대표 역임
왕 씨는 2018년부터 송파구 잠실동 한강변 선박에서 동방명주를 운영하며 이곳을 거점으로 중국 정부의 비공식 경찰 역할을 일부 수행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2022년 12월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가 “한국 등에서 중국이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의혹이 불거졌다.
특히 2015년 신화왕은 왕 씨가 운영하던 H사에 대해 “중국중앙(CC)TV 산하 중국 텔레비전유사회사의 한국 내 유일한 파트너”라고 보도한 바 있다. 지금도 H사와 같은 빌딩에는 ㈜중국전시 한국지점이 입주해 있다. 중국전시는 CCTV 계열사 ‘차이나 텔레비전(China Television)’의 한국지사이다.
● 자금 출처-용처 수사서 의혹 진위 드러날 듯
2018년 미국 법무부는 신화통신을 사실상 중국 정부의 기관으로 분류하고 외국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외국 대행사(foreign agent)’로 등록하라고 통보한 바 있다. 신화통신이 중국 국무원 산하 기관으로, 공산당 선전정보부에 직접 보고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초 비밀경찰서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국가정보원이 조사를 벌인 결과 동방명주가 국내 중국인의 국외 이송을 지원하는 등 사실상 영사 역할을 했다고 봤다. 하지만 법리 적용에 어려움을 겪으며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현행 형법상 간첩죄는 ‘적국을 위해 군사기밀을 누설하는 행위’인데, 대법원 판례상 북한만이 ‘적국’으로 해석된다. 북한이 아닌 다른 나라의 간첩으로 활동하거나, 군사기밀 외 주요 국가기밀을 수집할 경우에도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 이달 2일 서울중앙지검이 왕 씨를 식당 미신고 영업(식품위생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지만, 이는 비밀경찰서 의혹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었다.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지 1년 2개월여 만에 본격 수사에 나선 경찰은 업체를 둘러싼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적용된 혐의는 업무상 횡령이지만, 자금의 출처와 용처를 밝히면 비밀경찰서 의혹의 진위까지 밝힐 수 있다는 게 경찰 안팎의 시각이다. 왕 씨는 2017년경 중국에서 265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전송받아 국내 업체의 계좌로 전송한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유죄가 확정된 전례가 있는 만큼, 자금이 해외로 드나들었는지도 확인할 전망이다.
송유근 기자 big@donga.com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주현우 기자 wooj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