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증시 부양책] 구체 지원방안 등 기대 못미쳐 외국인-기관 함께 매도 나서 흥국화재-한화손보 11% 하락
정부가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이 투자자들의 기대치를 밑돌면서 코스피가 내림세로 돌아섰다.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주목받으면서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금융주와 유통·자동차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0.77%(20.62포인트) 떨어진 2,647.08에 마감했다. 이날 오전 외국인과 기관이 함께 매도에 나서면서 장중 1.4% 넘게 하락했지만 이후 낙폭을 줄였다. 코스닥지수도 0.13%(1.17포인트) 하락한 867.40에 거래를 마쳤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꼽혔던 이른바 ‘저(低)PBR’ 종목들이 대거 폭락하면서 증시 하락을 주도했다. 정부 발표에 굵직한 세제 혜택이나 규제 개선 등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자 실망 매물이 대거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발표 이후 인터넷 종목 토론 게시판 등에는 “빈껍데기 밸류업” “밸류 다운(down) 정책” 등 비판 일색의 게시물로 도배됐다. 한 개인투자자는 “정부를 믿고 국내 증시에 투자한 게 잘못”이라고도 했다.
투자자들은 이날 발표된 지원 방안을 두고 기업을 향한 인센티브도 부족한데 강제성도 없다며 ‘당근과 채찍 없는 맹탕’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부 발표에 국내외 투자자들의 실망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기대감으로 올랐던 저PBR 종목에 대한 일시적인 주가 되돌림 현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2월 말 이후 배당락(주식의 배당 기준일이 지나 배당금 받을 권리가 없어지는 것)의 영향으로 저PBR 종목들의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달 28일 하나금융을 시작으로 29일 KB금융, 우리금융, 현대차 등의 배당 기준일이 몰려 있다.
반면 정부의 후속 대책을 보고 난 뒤 평가해야 한다는 유보적인 반응도 있었다.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의 이창환 대표는 “이사회의 책임 있는 역할을 명시하거나 외부 투자자와의 소통과 피드백을 공개적으로 명기하게 하는 등 중요한 내용들을 잘 반영했다”며 “추후 대책에서 장기 투자자 지원 방안이나 배당소득세 분리 과세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