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병 원인 모르고 예측 어렵지만, 최근 완치율 크게 오르고 있어 ‘B세포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면역세포 활용해 85% 이상 완치… 급성 골수성은 조혈모세포로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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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 암은 아이들이 성장, 발달하는 중요한 시기에 발생해 고액의 치료비와 장기간이 소요되는 힘든 질병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발생하는 소아·청소년 암은 백혈병이다.
특별한 원인 없이 발병하는 소아·청소년 백혈병
국내에서는 통상적으로 18세 미만 청소년까지의 암을 소아암 또는 소아·청소년 암이라고 부른다. 우리나라는 1년에 약 1200∼1500명에서 소아암이 발생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은 백혈병이다. 2020년 기준 소아·청소년 백혈병은 총 372명이 새롭게 진단됐으며 9세 이하에서 193명, 10∼19세에서 179명으로 나타났다.
소아·청소년 백혈병은 발생한 혈액 세포에 따라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과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나뉜다. 보통 소아·청소년 백혈병의 70∼80%는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이다.
성인 암이 담배나 식습관과 같은 환경적 요소의 영향을 받는 것과 달리 소아·청소년 암은 원인이 불명확하고 발병 예측이 어렵다. 유전적 소인이 약 10%며 이온화 방사선이나 벤젠, 중금속 등의 화학약품 등이 백혈병 발병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것만으로는 소아·청소년 암 발생을 충분히 설명할 수는 없어 확률적인 요소가 많다고 본다.
백혈병 세포는 조절되지 않고 끝없이 증식해 정상 혈액세포의 골수 공간을 차지한다. 정상 혈액 기능이 떨어져 빈혈로 인한 창백, 운동 능력 감소, 혈소판 감소로 인한 출혈, 쉽게 드는 멍, 정상 백혈구 감소로 인한 면역 기능 저하, 감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증식된 백혈병 세포가 뇌·척수와 같은 중추신경계, 간, 비장, 림프샘, 고환 등에 침범해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백혈병 세포가 중추신경계를 침범했을 때는 대부분 증상이 없으나 드물게 뇌압 상승으로 두통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이외에도 다리 통증, 허리 통증 등 뼈 통증이 심하게 생기기도 한다. 이에 따라 정형외과적 질환이나 류머티즘성 질환으로 종종 오인되기도 한다.
면역 치료제 등 다양한 약제 개발로 치료율 높아
소아·청소년 백혈병의 진단은 성인 백혈병과 마찬가지로 골수 검사가 필수적이다. 골수는 딱딱한 뼈 안에 있는 조직이다. 조혈 작용을 하는 골수가 많은 부위는 머리뼈, 척추뼈, 갈비뼈, 골반 등이 있다. 이 중 골수를 채취하기에 가장 안전한 부위는 골반이다.
성인은 주로 엎드린 자세로 뒤쪽 골반으로 검사를 진행하지만 소아는 진정제 사용과 관련해 호흡을 지속해서 감시할 수 있도록 똑바로 누워 있는 상태에서 앞쪽 골반에서 골수를 채취한다. 골수 검사는 골반의 성장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통증도 비교적 수일 내 회복된다. 다만 소아 환자는 진정제 사용 시 생길 수 있는 호흡 관련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별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소아·청소년 백혈병은 암세포가 혈액을 따라 퍼지는 전신 질환이기 때문에 수술로 제거하는 다른 고형암과는 치료 접근이 다르다. 초기 응급 상황이 많아 발견과 동시에 신속히 치료해야 한다.
주된 치료 방법은 항암제를 투여하는 항암화학요법이다. 침범 여부에 따라 항암제가 잘 통과하지 못하는 중추신경계나 고환 등 국소적인 부위에 방사선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은 초기 약 6∼10개월 정도의 집중 치료 이후 높지 않은 강도로 유지 치료를 진행해 전체 기간을 2∼3년 지속하는 것이 기본적인 치료 방법이다. 다만 백혈병 특성이 나쁘거나 초기 치료 반응이 좋지 않아 예후가 나쁠 것으로 판단되는 경우에는 약물을 더 강하게 쓰거나 흔히 골수이식이라 하는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반면 급성 골수성 백혈병의 경우에는 골수 억제 능력이 더 높은 강력한 약제를 단기간 집중적으로 사용해 치료한다. 역시 예후가 불량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궁극적으로는 조혈모세포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통상적으로는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보다 더 많은 경우 조혈모세포이식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의 경우 완치 비율이 약 85% 이상이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도 약 60% 이상 완치가 이뤄지고 있다. 소아·청소년 백혈병은 약 15%에서 치료 중 또는 후에 재발이 될 수 있다. 주로 골수로 재발하며 중추신경계 혹은 고환으로도 재발이 된다. 따라서 치료를 마친 후에는 정기적인 진찰과 혈액검사를 통해 재발 여부를 감시하고 치료로 인한 합병증 발생 여부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소아·청소년 백혈병 환자는 건강한 식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급성 림프모구 백혈병 환자의 경우 스테로이드 사용으로 비만이 생길 수 있어 관리가 필요하다. 집중 치료기에는 식욕이 감소하고 구역감, 구내염 등이 있을 수 있으나 조금씩이라도 나눠서 자주 먹는 것이 영양 상태 유지에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분 섭취와 걷기 등의 운동을 통해 근육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홍경택 교수는 “소아·청소년 백혈병을 포함한 소아·청소년 암은 아이나 가족의 잘못이 아닌 우리 사회가 함께 도와주고 치료해야 하는 병”이라며 “치료 과정이 쉽지는 않지만 약제들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아이의 성장·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건강하게 완치시키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아이들의 놀라운 회복력을 신뢰하며 부모는 희망의 끈을 절대 놓지 말고 의료진과 함께 이 힘든 싸움을 이겨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