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고금리에 1년새 49% 급증
지난해 말 국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이 회수를 포기한 대출 채권 규모가 2조 원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과 1년 전보다 50% 가까이 급등한 수치다. 경기 불황과 고금리 기조 장기화에 따른 연체율 상승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말 추정 손실은 1조966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22년 말(1조3212억 원) 대비 48.8% 급등한 역대 최대치다. 금융그룹별로 KB금융의 추정 손실이 2022년 말 2123억 원에서 지난해 말 3926억 원으로 84.9% 늘면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우리금융의 증가율은 60.7%(2980억→4790억 원), 하나금융은 46.0%(2350억→3430억 원)로 나타났다. 비상장회사인 농협금융은 그룹 연결 기준 추정 손실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계열사인 농협은행 기준 추정 손실은 1179억 원에서 1335억 원으로 13.2% 증가했다.
지난해 연간 추정 손실이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는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취약계층의 연체율 상승이 꼽힌다. 금융그룹이 지난해 쌓아 놓은 대손충당금은 8조9931억 원 규모로 2022년 대비 73.7% 늘었다. 4대 금융그룹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