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Inside Out] 여의도 더현대서울 개점 3년
더현대서울은 8만9250m²에 달하는 연면적 중 51%가량을 옥상정원 ‘사운즈 포레스트’ 등 빈 공간으로 채우며 일반 백화점과 차별화를 꾀했다. 현대백화점 제공
“백화점 없는 백화점, 비우니 채워졌다.”
26일 개점 3주년을 맞이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현대서울’의 성공 요인이다.
가장 백화점답지 않은 백화점으로 꼽히는 더현대서울은 현대백화점의 핵심 매장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연면적의 절반 이상을 빈 공간으로 배치하고 백화점의 주요 타깃층인 40, 50대 대신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했다. 기존 백화점의 성공 공식을 거스르며 새로운 백화점의 모델을 제시한 더현대서울은 업계 최단 기간 연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개점 후에는 MZ세대와 외국인을 주요 타깃으로 삼아 홍보를 진행했다. MZ세대의 특징을 ‘뚜렷한 취향’으로 보고 일반적인 백화점 쇼핑 안내 대신 와인, 음악, 빈티지 등 취향에 집중한 키워드를 주제로 한 매장 광고 영상을 유튜브 등에 내보냈다.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오기 위해 출입국 관리소에서 입국자 수 1∼15위 국가 리스트를 받아 해당 국가들에 현지 언어로 된 광고를 2년간 내보냈다.
이러한 홍보 외에 파격적인 공간 구성은 더현대서울의 대표적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더현대서울의 연면적은 8만9250m²(약 2만7000평)로 현대백화점그룹이 운영하는 전국 백화점 중 판교점에 이어 두 번째로 넓다.
더현대서울은 명품 브랜드 유치가 쉽지 않자 ‘비워내기’ 전략을 폈다. 매장의 51%를 공원, 폭포 등 빈 공간과 조형물로 채워 방문객들이 공간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일반적인 백화점이 여러 매장으로 빽빽하게 채워져 있는 것과 달리 더현대서울은 5층에 실내 정원인 ‘사운즈 포레스트’를 만들고 매장 중앙을 틔워놓은 6층과 이어 높은 천장을 유지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 탁 트인 전경을 제공했다. 당시 공간을 담당한 김도윤 현대백화점 디자인LAB장은 “기존 현대백화점 매장에 있던 옥상정원의 유산을 계승하고자 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크리에이티브 라운지’로 명명된 지하 2층은 MZ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개점 직전 소셜미디어 데이터를 분석해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리셀’, ‘캠핑’ 등의 키워드를 추출하고 이를 매장 블록당 키워드 하나씩 배치해 관련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여의도역 지하철역과 이어지는 쪽에 팝업스토어 전용 매장을 설치해 지금껏 770여 회 운영했다. ‘지하 2층은 경영진이 모르는 브랜드로 채워라’라는 제언은 더현대서울의 MZ세대 전략을 상징하는 말로 남았다.
국내 MZ세대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더현대서울은 향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더 힘을 쏟을 예정이다. 유희열 더현대서울 점장은 “K컬처를 이용한 팝업스토어 등으로 글로벌 관광객을 끌어들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해외 유통 기업과의 연계도 강화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최근 ‘시암 파라곤’ 등을 운영하는 태국 시암 파왓 그룹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태국에 이어 일본 등 다양한 국가와 ‘더현대’ 브랜드를 위한 협약을 검토 중이다”라고 했다.
매장 리뉴얼도 지속적으로 해나갈 계획이다. 지하 2층 크리에이티브 라운지는 개점 전후인 2020∼2021년 당시 트렌드에 맞춘 매장이 많아 향후 점포 재계약 시 새로운 트렌드에 맞춘 매장이 필요하다. 정용철 팀장은 “새로운 세대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도록 분석과 소통을 이어가면서 매장을 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적인 명품 라인업 보강도 고객층 확대를 위한 과제로 꼽힌다. 현재 더현대서울에는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중 루이비통만 입점해 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