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이 210년 중립국 원칙을 벗어던지고 집단안보체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정식 가입한다. 지난해 4월 튀르키예에 이어 그제 헝가리 의회가 최종 동의함으로써 스웨덴은 32번째 회원국이 되기 위한 행정절차만 남겨놓고 있다. 나토 회원국이 되려면 모든 회원국 동의가 필요하다. 2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때 “나토의 동진(東進)이 러시아 안보를 위협한다”는 명분을 내걸었는데, 그 침략 전쟁이 중립국까지 나토의 품을 찾게 만들었다.
▷국가 안보에는 세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강대국과 한편이 되거나(한미동맹), 강대국의 반대편에서 힘을 합치거나(소련에 맞선 나토), “누구도 편들지 않는다”고 선언하고 중립국이 되는 길이다. 현재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이 영세중립국이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 침공에 놀란 2년 전 나토 가입을 선언하기 전까지는 스위스처럼 중립국으로 평가받았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 중립국이 된 스웨덴은 2차대전 때 나치 독일의 침공을 모면하는 등 210년간 전쟁이 없었다. 냉전 붕괴 후에는 육군의 90%를 감축할 정도로 외침 걱정 없이 살았지만, 옛이야기가 됐다.
▷압박을 느낀 러시아 국방부는 모스크바 군관구와 레닌그라드 군관구를 14년 만에 부활시켰다. 그도 그럴 것이, 러시아 해군에 핵심적인 발트해(海)를 나토 8개국이 완벽하게 둘러싸게 됐다. “발트해가 나토해(海)가 됐다”는 평가도 그럴듯하다. 중국도 불만을 감추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에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를 초청했다. 나토를 전체주의에 맞서는 지구적 자유진영 안보체제로 확대하려는 것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구상이다.
▷스웨덴 핀란드가 선택한 중립국 지위 포기는 한쪽 편에 서서 뭉쳐야 안심할 수 있는 집단안보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또한 “미국 도움 없이 스스로를 지켜야 할 수도 있다”는 유럽의 공포감이 배어 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2%도 많다던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는 ‘2%가 최소치’로 바뀌었다. 오죽했으면 미국의 군사 개입에 비판적이던 프랑스가 “우크라이나 파병도 가능하다”고 나설까. 국가 위상과 국익에 걸맞은 군사적 기여는 거부할 수 없는 흐름이 되고 있다. 어쩌면 지구 반대편 우리에게도 머잖아 닥칠 일일 수도 있다.
김승련 논설위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