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학생 김인하 씨(24)가 서울 관악구 소재의 한 반지하 방을 보러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해당 집 보증금은 1000만 원, 월세는 50만 원이었다. 오승준 기자 ohmygod@donga.com
서울의 소형 빌라와 오피스텔 월세가 치솟으면서 청년과 서민층의 주거난이 심화되고 있다. 월세에 관리비까지 더하면 월평균 주거비가 100만 원을 넘어섰다. 전세사기 공포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있는 전세보다 월세로 수요가 몰린 여파다. 고금리·고물가에 주거비 부담까지 가중돼 청년들의 생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동아일보 분석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에서 신규 계약된 전용 40㎡ 이하의 소형 빌라 월세는 평균 85만 원으로 직전 1년보다 14% 올랐다. 소형 오피스텔 월세도 83만 원으로 8% 넘게 뛰었다. 여기에 17만 원 안팎인 관리비와 가스·전기요금 등을 더하면 월 주거비는 100만 원이 넘는다. 지난해 정부 조사에서 19∼34세 청년층의 평균 월급이 252만 원이었으니, 월급의 40%를 주거비로 쓰는 셈이다.
이는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등이 선호하는 빌라·오피스텔에서 전세 기피가 확산된 탓이다. 최근 1년 새 수도권 빌라 착공 물량도 70% 넘게 줄었다. 전세사기와 역전세난 등으로 빌라·오피스텔 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공급마저 급감하면서 서민 주택시장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빌라에서 전세를 살며 돈을 모아 아파트로 내 집 마련을 하는 주거 사다리가 끊길 처지다.
국회는 특별법을 제정하면서 6개월마다 보완 입법하겠다고 했지만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집집마다 개별등기가 불가능한 다가구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을 불법 개조한 근생빌라 등의 세입자가 사각지대에 있는 만큼 개정안 처리를 서둘러야 한다. 전세사기범 처벌을 강화하고 사기에 쉽게 휘둘리는 전세 제도의 허점을 보완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청년들의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해온 빌라·오피스텔 시장이 붕괴되지 않도록 서민용 주택 공급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