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가 남편이 남긴 유산 내놔 뉴욕서 가장 가난한 지역의 의대 8월부터 입학생 전원 전액 장학금
루스 고테스먼 미국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 명예교수가 26일 이 대학에 남편이 남긴 유산 10억 달러(약 1조3300억 원)을 기부했다. 고테스먼 교수는 이날 기부금 전달식에서 “올해 8월부터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는 무상교육을 실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 X(옛 트위터)
“비싼 학비 때문에 의대를 꿈꾸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미국 뉴욕시의 5개 자치구 중 가장 가난한 지역으로 꼽히는 브롱크스의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의대의 루스 고테스먼 명예교수(94)가 26일 대학에 10억 달러(약 1조3300억 원)를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미 의대가 받은 사상 최대 규모의 기부금이다.
이에 따라 올 8월부터 이 의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학비 걱정 없이 공부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무상교육’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미 의대 학비는 연평균 5만9000달러(약 8000만 원)에 이른다.
데이비드는 사망 당시 부인에게 “당신이 생각하기에 옳은 일을 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사용처를 검토하던 고테스먼 교수는 고등학생 수십 명을 직접 만나 이들의 고민을 들었고, 감당하기 어려운 학자금이 젊은이들의 꿈을 짓누른다는 것을 깨닫고 기부를 결심했다. 이 의대는 20만 달러 이상의 학자금 대출을 끼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졸업생 비중이 약 50%다. 뉴욕 내 의대 평균(약 25%)의 2배에 달한다.
당초 대학 측은 고테스먼 교수의 이름을 따 의대 이름을 변경할 것을 제의했다. 그러나 그는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된다”며 거절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억만장자가 부유층 거주지인 맨해튼에 있는 의대에 주로 기부하곤 했다”며 브롱크스 소재 학교에 기부한 고테스먼 교수의 결정을 높이 평가했다.
교육학 박사 출신인 고테스먼 교수는 33년간 이 의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습장애 분야를 개척했다. 학습장애 검사 및 평가 도구와 치료법을 개발해 보급했고, 성인을 대상으로 한 난독증 치료 프로그램도 만들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