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 1년의 그늘] 국토위 소위 與위원 퇴장속 표결 與 “세금으로 피해 구제 안돼” 반대 합의한 보완책까지 발목잡힐 우려
전세사기 피해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구제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야당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하기로 한 ‘선(先)구제, 후(後)회수’가 핵심인 개정안은 실현 가능성이나 다른 사기사건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놓고 논란이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27일 전체 회의를 열고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본회의 부의 요구의 건’을 통과시켰다. 총 29명의 위원 중 야당 18명(민주당 17명·녹색정의당 1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은 야당의 직회부 추진과 개정안에 담긴 ‘선구제, 후회수’ 방안 등에 반대하며 표결 직전 퇴장했다.
야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의 핵심은 2가지다. 선구제, 후회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 국가기관이 전세사기 피해 주택의 보증금 반환 채권을 먼저 매입한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다른 하나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피해 주택 선순위 근저당 채권을 매입하는 것으로, 후순위 채권자들에게 주거권을 보장해 주기 위한 방안이다.
이 쟁점들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면서 정작 여야가 합의한 다른 보완책들까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중 임차보증금 한도를 5억 원에서 7억 원으로 상향하고, 외국인도 피해자로 포함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전세사기 피해주택 관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으면 지자체장이 최장 2년간 위탁 관리할 수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현재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누수, 엘리베이터 고장 등에 대해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근생빌라나 다가구주택 등 사각지대 피해자에 대한 구제 논의도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세입자 외 다른 채권자가 없는 전세사기 주택을 경공매 전 협의매수하는 방안은 현재 지침을 마련하는 중이다. 정부에서 올해 1월 발표한 방안으로 시행된다면 피해자 구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진미윤 LH 토지주택연구원 박사는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회나 정부가 빠르게 움직여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