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與 ‘늙은 공천’… 40대 이하 후보 비율 13.6%, 그나마 험지 배치

입력 | 2024-02-28 03:00:00

지역구 절반 공천, “도로 꼰대당” 지적
평균 나이도 56.5→58.2세 높아져
여성 공천 12명… 전체 9.1% 그쳐
‘현역 불패’에 신인 입지 좁아져… 당내 “비례라도 젊은 후보 기용을”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서울 성수동의 한 카페에서 기후대응기금을 2배 이상 늘리고 차세대 원전 기술 개발을 적극 추진하는 내용의 ‘기후 미래’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한 위원장은 ‘기후’ 콘셉트에 맞춰 녹색 옷을 입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국민의힘이 올해 총선을 앞두고 27일까지 전국 지역구 253곳 가운데 132명의 후보를 확정한 가운데 40대 이하가 18명(13.6%)으로 집계됐다. 4년 전 21대 총선 당시 40대 이하 비율 19.5%에 비해 5.9%포인트 줄었다. 올해 지역구 후보 평균 나이는 58.2세로 4년 전에는 56.5세였다. “정치 신인의 등용문이 더 좁아져 ‘늙은 공천’이 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40대 이하 18명 중 현역 의원 2명을 제외한 13명은 모두 민주당 현역이 있는 야당 강세 지역에 나선다. 여당 강세 지역에 공천을 받은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검사 출신 최측근으로 꼽히는 주진우 전 대통령법률비서관(49·부산 해운대갑)과 이원모 전 대통령인사비서관(44·경기 용인갑), 핵심 참모 조지연 전 행정관(37·경북 경산) 등 3명뿐이다.

당에선 “청년과 정치 신인을 적극 등용한다더니 비율도 줄고 그나마도 대부분 험지에 보내고 있다. 현역 의원 불패 공천으로 ‘도로 꼰대당’이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40대 이하 대거 험지 배치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당시 한 위원장과 당연직인 원내대표, 정책위의장을 제외한 임명직 8명 중 6명을 40대로 채웠다. 임명직 평균 연령은 43.7세였다. 국민의힘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첫 공관위 회의에서 “청년과 여성, 유능한 정치 신인의 적극적인 발굴과 등용에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절반 이상 후보를 확정한 가운데 40대 이하 후보는 18명으로 약속과 정반대로 가는 모양새다. 18명 중 13명은 여당 험지인 민주당 의원 현역 지역구에 배치됐다. 이승환 전 대통령실 행정관(41)은 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현역인 서울 중랑을에 공천을 받았고, 총선 인재로 영입된 전상범 전 부장판사(45)는 민주당 천준호 의원 지역구인 서울 강북갑에 공천을 확정했다.

40대 이하 공천 확정자 중 여당 강세 지역에 공천을 받은 이들은 대통령 참모 출신 3명을 제외하면 현역인 배현진(41·서울 송파을), 정희용(48·경북 고령-성주-칠곡) 의원뿐이었다.

정치 신인이 대부분인 40대 이하가 4년 전에 비해 주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공천 잡음을 줄이겠다며 현역 의원 물갈이를 최소화하면서 50대 이상이 대부분인 중진 의원 등 지역구 의원 불패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까지 50대 이상 공천 확정자 114명 가운데 현역 의원 비율이 42명(36.8%)이었다. 현역 의원이 3명 중 1명꼴인 것. 당 관계자는 “4년 전 평균보다 오히려 ‘아재’(아저씨)가 늘어난 것은 현역이 공천을 그대로 받았기 때문”이라며 “결국 ‘시스템 공천’이 신인에게 불리한 룰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여성 공천도 4년 전보다 줄어


27일까지 여성 지역구 공천은 12명으로 전체의 9.1%에 그쳤다. 나경원 전 의원(서울 동작을)과 EBSi 영어강사 출신 ‘레이나’ 김효은 씨(경기 오산) 등이다. 21대에선 총 26명이 공천을 받아 11%를 차지했었다.

공천 확정자의 40대 이하와 여성 비율이 준 것에 대해 당내에선 “한 위원장이 시스템을 앞세운 ‘잡음 없는 공천’에 방점을 두면서 생긴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세대교체를 위해 인요한 혁신위원회에서 제안했던 비례대표 당선 가능한 순번에 ‘청년 50% 비율 의무화’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도권에서 공천을 받은 한 후보는 “당시 혁신위의 제안은 총선기획단에서 공천 과정에서 청년과 정치 신인에게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반영됐지만, 현실에서 효과가 없었다”며 “비례대표에서라도 젊은 층을 대거 기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봐야 한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친윤 의원들만 남는다. 세대교체가 안 된다’는 질문에 “제가 안 나가지(불출마) 않나”라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굉장히 많은 포인트가 있는데 앞쪽 부분을 잊어버리는 것 같다”며 “(친윤 핵심) 장제원 의원이 불출마했다. 이원모 후보 같은 경우 강남에서 빼지 않았나”고 답했다.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은 “국민추천제에서 좋은 분들이 나온다면, 젊은 분들이 혜성처럼 나타나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