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공백 혼란] 전공의 단체 “우리 문제 우리가 결정” 의대교수 “제자들 위해 목소리 내야” 의협은 “교수들, 의사 대표 못해” 정부 “대화채널 마련땐 즉시 화답” 의협 “의료계 분열 노린것” 반발
전공의 병원 이탈로 인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진료지원(PA) 간호사 시범사업이 27일 시작됐다. 간호사가 합법적으로 전공의 업무 일부를 대신하게 된 첫날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중환자실에서 간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간호사들이 걸어나오고 있다. 뉴시스
최근 의료공백을 불러온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이탈 사태를 두고 정부와 의료계가 수면 아래에서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원활하게 진행되진 않는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교수, 전공의 등이 각자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 내에선 “누구와 대화를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말도 나온다.
● 대통령실 “대화 창구 찾기 어려워”
의료법에 따라 의사들을 대표하는 법정 단체는 의협이다. 하지만 의협은 개원의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대형병원 전공의 이탈 사태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또 전공의 중 상당수는 2020년 집단휴업(파업) 때 앙금이 남아 있다고 한다. 최대집 당시 의협 회장은 전공의와 의대생을 배제한 채 ‘9·4 의정합의’를 도출해 반발을 샀다. 끝까지 의사 국가시험 응시를 거부했다가 고생했던 의대 졸업반 학생 상당수가 현재 전공의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전공의들에게 보낸 입장문에서 “추후 의협 입장이 어떻든지 따라가지 않겠다. 의협은 개원의 중심으로 2020년에도 참여율 한 자릿수였다”며 “전공의 문제는 전공의들끼리 결정해야 한다”고 했다.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CMC) 인턴 비대위원장도 “의협과 교수 비대위는 저와 동료 전공의들을 대표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 내에선 ‘의협과 대화한다고 전공의 단체를 설득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도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도 이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의사들이) 대표성 있는 대화 창구를 마련해 대화 일정을 제안하면 정부는 즉시 화답할 것”이라고 밝혔다.
● 의협 “의대 교수 전체 의사 대표 못해”
전공의들과 사제 관계인 의대 교수 사이에선 ‘이대로 있을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 주요 대학병원 교수는 “제자인 전공의들이 미래를 걸고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개원의들과 입장차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교수들이 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의협은 “의대 교수들이 전체 의사를 대표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또 교수단체가 중재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강경한 의협과 온도차를 보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박성민 기자 min@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