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급금 처리 TIP 자사주를 액면가로 균등하게 취득 자본금 유지하고 이익잉여금 줄여
김태우 한화생명 63FA센터장. 한화생명 제공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을 비롯해 SK, 삼성물산 등 굴지의 기업들이 자사주(자기주식) 소각을 통해 주주들에게 이익을 돌려주겠다고 연일 밝히고 있다. 자사주 소각이란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사의 주식을 감소시키는 것을 말한다. 자사주가 줄면 주주들의 보유 주식 비율은 높아진다.
얼핏 보면 대기업에만 해당할 것 같은 사안이지만 비상장 중소기업들도 자사주 소각 행위를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은 보험사, 법인보험대리점(GA) 등은 법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사주 소각을 컨설팅하는 사례가 많다. 자사주 소각이 ‘가지급금’을 정리하는 요긴한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지급금이란 실제로 지출이 있었는데도 거래 내용이 불분명하거나 종결되지 않아 금액이 확정되지 않았을 때 지출 금액을 일시적으로 표시한 채권이다. 향후 결산을 진행하거나 거래가 확정됐을 경우 본계정으로 바꿔줘야 한다.
대표이사로서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비용 처리가 어려운 영업비 등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지급금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를 결산하지 않고 장기간 방치하면 세무조사, 법인세 상승 등 예상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이때 검토해 볼 만한 대안이 바로 ‘자사주 소각’이다.
자사주 취득과 소각
자사주 소각은 크게 ‘이익소각’과 ‘감자소각’으로 나눌 수 있다. 이익소각이란 법인의 배당재원(미처분 이익잉여금)으로 자사주를 취득한 뒤 소각하는 방법이다. 반면 감자소각은 자본금을 줄이는 방식으로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가 자본금이 5000만 원, 액면가 5000원, 발행 주식 수가 1만 주라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 기업이 자사주 1주(50만 원)를 소각한다고 하자. 감자소각을 할 경우엔 미처분 이익잉여금에서 49만5000원, 자본금에서 5000원을 각각 없애 버리게 된다. 하지만 이익소각은 미처분 이익잉여금에서 직접 50만 원을 없애 버리며 자본금을 건드리지 않는다.
감자소각과 이익소각의 가장 큰 차이는 자본금의 감소 여부다. 감자소각은 주식 수와 자본금이 함께 감소하지만 이익소각은 주식 수만 줄어든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액면가로 취득하는 ‘신이익소각’
자사주 소각의 세부 방법을 이야기한 것은 바로 ‘신이익소각’의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설명한 ‘이익소각’이 자사주를 시가로 취득해 없애버리는 것이라면 ‘신이익소각’은 액면가로 취득해 없앤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비상장 중소기업의 대표이사 입장에선 신이익소각이 잉여금을 처리하고 주식 가치를 인하하는 데 효과적이다.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이 없고 자본금은 그대로 유지하는 동시에 미처분 이익잉여금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신이익소각 형태의 자사주 소각은 어떤 기업에 유리할까. 건설사처럼 자본금 규모가 최소 3억∼5억 원 이상인 기업들 입장에서는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 건설사의 자본금이 5억 원(액면가 1만 원·발행 주식 수 5만 주), 미처분 이익잉여금 5억 원, 가지급금 4억 원, 현재 주당 가치는 2만 원이라 가정하자. 지분 구조는 대표이사 B 씨가 지분을 100% 보유한 형태다. B 씨는 가지급금 부담이 커 그 규모를 줄이고 싶어 하는 상황이다. 먼저 A 사는 B 씨의 지분을 액면가로 취득한다. 이때 취득가와 양도가액이 동일하기 때문에 B 씨는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이때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로 주식양수도 계약을 맺고 자기주식을 취득하면 된다.
그 이후 미처분 이익잉여금의 한도(5억 원) 내에서 이익소각을 진행하면 된다. A 사의 경우 B 씨 주식을 4만 주 취득(4억 원·자사주 80% 취득)해 소각했다. 이때 주식 수만 감소하며 자본금은 그대로 유지된다.
이때 A 사는 4억 원의 대가를 대표이사인 B 씨에게 지급하면 되지만 실무적으로는 가지급금 4억 원과 상계 처리해도 무방하다. 주식 소각은 이사회 결의로 진행하고 주식 소각에 대한 변경등기를 진행하면 된다.
결론적으로 이익소각 후 주주 명부는 자본금 5억 원, 주식 수 1만 주(4만 주 소각), 지분 가치 2억 원으로 재조정되지만 대표이사 B 씨의 지분율은 여전히 100%(1만 주)로 법인 운영에 전혀 문제가 없다.
앞서 이야기했듯 자사주 소각은 상장 기업들이 주주 이익을 제고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비상장 중견기업들도 이익소각 등의 방법을 통해 주주들의 투자금을 환원할 수 있다. 법인의 이익과 대표이사의 노력을 효과적으로 현실화할 만한 다양한 방법이 있는 것이다. 다만 관련 법 규정과 과세 방법, 적용 사례가 까다롭다는 점은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이런 점을 고려해 전문가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 이와 관련된 의사결정을 진행하길 권한다.
신이익소각액면가로 자사주를 균등하게 취득하는 것을 뜻한다. 자본금은 그대로 유지하되 이익잉여금을 줄여 주주에게 투자금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김태우 한화생명 63FA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