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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진 정관장 감독 ‘승리의 주문 F·B·S·O를 부탁해’ [발리볼 비키니]

입력 | 2024-02-28 17:00:00


선수들 플레이드를 지켜보는 고희진 정관장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스포츠팀 성적에서 감독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60) 효과로 한국 스포츠 팬들 사이에 ‘축구는 역시 감독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습니다.

반면 스포츠 전문 매체 ‘애슬레틱’은 ‘감독이 축구 경기 결과에 끼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배구 경기에 감독이 끼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요?

TV 인터뷰 중인 고희진 정관장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이런 질문에 답을 찾을 때는 감독들 인터뷰 레토터리가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사람이 말을 하다 보면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유달리 강조할 때가 많은 법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한국 프로배구 감독은 ‘리시브 후 첫 공격’까지는 자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V리그는 거의 모든 감독 특히 패장 ‘18번’이 ‘리시브 타령’인 리그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선수 지아 앞에서 서브를 받고 있는 이소영.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감독들이 리시브를 강조하는 건 리시브가 정확할수록 ‘약속된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믿음이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27일까지 열린 이번 시즌 여자부 109경기에서 ‘리시브 정확’ 이후 공격수들은 공격 효율 0.385를 남겼습니다.

아닐 때는 0.252로 공격 효율이 3분의 1 이상 내려갑니다.

한국도로공사 임명옥(52.3%), 문정원(51.5%)이 개인 1, 2위

다만 리시브 정확이 바로 점수로 연결되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현재 여자부 7개 팀 가운데 가장 리시브 효율이 높은 팀은 한국도로공사(42.9%)입니다.

그런데 리시브가 정확하게 올라왔을 때도 한국도로공사 선수들이 남긴 공격 효율은 0.357로 리그 평균보다 기록이 떨어집니다.

반면 리시브 효율 5위(34.9%)인 현대건설은 같은 상황에서 팀 공격 효율 0.440(1위)을 남겼습니다.

이렇게 한 기록이 다른 기록으로 이어지지 않을 때는 바로 지름길로 가면 됩니다.

리시브 이후 바로 공격에 성공한 비율을 따져 보면 감독이 리시브 작전을 얼마나 잘 준비했는지 확인해볼 수 있는 겁니다.

그래서 세상에 등장한 개념이 FBSO(First Ball Side Out)입니다.

FBSO는 위 GIF처럼 상대 서브 → 리시브 → 세트(토스) → 공격 득점으로 끝났을 때를 뜻합니다.

리시브가 좋다고 꼭 FBSO도 좋은 건 아닙니다.

이번 시즌 여자부에서 FBSO 성공률(41.2%)이 가장 높은 구단은 정관장입니다.

정관장은 리시브 효율(36.5%)은 3위지만 주전 세터 염혜선(33)이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면서 FBSO에서는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고희진 정관장 감독은 27일 김천 방문경기를 앞두고 “(염)혜선이가 잘해주고 있다. 그만큼 받아주는 선수들도 잘해주고 있고, 올려주는 걸 공격수들이 잘 처리해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단독 드리블이 없는 배구인 만큼 서로의 시너지 효과가 잘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배구를 결국 점수를 올려야 이기는 경기

고 감독이 이야기한 시너지 효과가 결과로 나타난 게 바로 FBSO 성공률 1위입니다.

그리고 리시브 효율보다는 FBSO 성공률이 팀 승리와 연관이 더욱 큽니다.

이날까지 프로배구 남녀부 총 218경기 가운데 리시브 효율이 더 높은 팀이 이긴 건 128경기(58.7%)였습니다.

FBSO 성공률이 더 높은 팀이 이긴 건 171경기(78.4%)에 달합니다.

27일 경기 후 기념 촬영하는 정관장 선수단.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FBSO 성공률 1위 팀 정관장은 리시브 효율 1위 팀 한국도로공사와 맞붙은 이 경기에서 3-1(25-19, 25-16, 22-25, 25-22) 승리를 거두고 5연승을 질주했습니다.

3위 정관장은 이 승리로 승점 56(18승 14패)을 확보하면서 4위 GS칼텍스(승점 48·17승 14패)를 승점 8 차이로 따돌렸습니다.

정관장으로서는 7년 만에 ‘봄 배구’ 무대를 꿈꿀 수 있는 발판을 확실하게 마련한 셈입니다.

그리고 고 감독이 정관장에 ‘봄 내음’을 선물하게 만든 ‘마법의 주문’은 역시 FBSO 네 글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반기 최고 팀은 정관장

물론 FBSO 성공률만 높다고 무조건 성적이 좋아지는 건 아닙니다.

여자부 전체적으로 보면 전체 리시브 가운데 37.9%만 득점으로 바로 연결이 되기 때문입니다.

정관장은 3라운드 이전에도 FBSO 성공률 2위(40.6%)를 기록했지만 팀 순위표에서는 3위 GS칼텍스(승점 34·12승 6패)에 승점 10이 뒤진 5위(승점 24·7승 11패)였습니다.

전반기 때는 GS칼텍스가 FBSO 성공률 1위(41.2%) 팀이었습니다.

랠리가 이어져도 강한 팀 정관장

당시 정관장은 공이 다시 ‘우리 팀 코트’로 넘어 왔을 때 공격 효율이 7개 팀 중 5위(0.236)에 그친 팀이었습니다.

4라운드 이후에는 이 기록이 현대건설(0.304)에 이어 2위(0.284)로 올랐습니다.

그러면서 팀 성적도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반면 GS칼텍스는 이런 상황에서 전반기에 공동 1위(0.277)였던 공격 효율이 0.248(6위)로 떨어진 상황입니다.

정호영(왼쪽)에게 축하 물세례를 받고 있는 고희진 정관장 감독. 한국배구연맹(KOVO) 제공

랠리가 계속 이어질 때는 감독 역량보다 선수 기량이 더 중요한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이 부분에서 감독 역량이 드러나지 않는다고 하기도 어렵습니다.

고 감독은 “감독이라는 직업은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게끔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고 감독은 정관장을 점점 더 단단한 팀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