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이 장기화 되면서 공공의료기관의 평일 진료시간이 연장되고 있다. 28일 경기도의 한 공공의료원에 게시된 연장 진료 시행 안내문 너머로 의료진이 진료를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2.28 뉴스1
28일 오전 경기 수원시 장안구 경기도의료원 수원병원.
로비에 모인 환자들을 돌아보던 병원 관계자는 “아주대병원에서 지원받은 인턴 3명이 이미 모두 사직서를 내고 그만뒀다”며 “의료공백을 메우느라 외래진료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연장 운영 중인데 인턴이 그만두며 내과, 외과 진료과장 등이 돌아가며 당직까지 서야 하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환자 수가 더 늘면 진료과장들을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의 병원 이탈이 장기화되면서 대형병원에서 진료나 수술을 못 받은 환자 중 상당수가 지방자치단체 산하 지방의료원으로 향하고 있다. 공공병원이라는 특성상 운영시간을 확대하며 비상근무체계를 이어오고 있는데 상당수는 ‘조만간 한계가 올 것’이란 분위기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8일 오전 충북 청주의료원 응급실을 찾아 지역 필수의료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경기 성남시의료원 관계자는 “전공의 병원 이탈 이후 다른 병원에서 이송되는 전원 환자가 평소보다 크게 늘어 조마조마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전공의 파업이 열흘 가까이 되면서 지방의료원 사이에선 ‘폭풍 전야 같다’는 말이 나온다. 현재까지는 동네병원 등 1, 2차 민간병원이 진료를 맡고 있어 환자가 과도하게 몰리진 않는 상황이지만 파업이 더 길어질 경우 상황이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의료원은 대형종합병원에 비해 전문의 수도 적고 치료할 수 있는 과목도 한정적인 곳이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조금만 환자가 늘어도 과부하가 걸릴 수밖에 없다. 강진의료원 관계자는 “하루 400명 가량 외래 진료를 보고 있는데 환자들 사이에서도 불안 심리가 고조되고 있다”며 “대학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하는 중증환자를 보면 안타깝다. 하루 빨리 사태가 풀려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의료원 관계자는 “외국은 아무리 적어도 공공병원 비율이 50~70%인데 우리나라는 5%에 불과하다”며 “이 같은 비상상황에 대비하는 차원에서라도 공공 의료 인프라와 역량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수원=이경진 기자 lk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