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왼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뉴스1·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조용한 변화는 검은 백조”라며 당내 친문(친문재인)계의 공천 반발에 대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서울 중성동갑 ‘컷오프(공천배제)’ 결정을 재고해달라”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의 요구에 대해서도 “당의 판단과 개인의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일축했다. 이 대표가 ‘명문(이재명-문재인) 충돌’에 정면 돌파 의사를 밝힌 가운데 이날 사실상 컷오프에 해당하는 ‘전략경선’ 통보를 받은 친문계 좌장 홍영표 의원도 거세게 반발하며 임 전 실장의 중성동갑 선거운동에 동참하는 등 친문계가 집단 행동에 나섰다. 비명(비이재명)계 설훈 의원은 “이 대표는 연산군”이라며 탈당했고, 진보당과의 후보 단일화 합의로 사실상 컷오프(공천배제)된 울산 북구 현역 이상헌 의원도 탈당했다.
임 전 실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문’의 약속과 통합은 총선 승리를 위한 기본 전제”라며 당 지도부에 재고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여느 때처럼 오늘 저녁 6시에 (성동구) 왕십리역 광장에 나가 저녁인사를 드릴 예정”이라며 당 결정에 불복한 채 선거 운동을 이어갔다. 이 자리엔 홍 의원 외에 비명계 송갑석 윤영찬 의원도 참석해 힘을 보탰다.
이 대표는 이날 임 전 실장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기자들과 만나 “국민, 당원 선택인데 어떻게 하느냐”라며 맞불을 놨다. 그는 “국민의힘처럼 형식적인 경선을 하거나 힘이 센 사람 중심으로 공천하면 변화는 없지만 혼란이나 갈등은 적을 수 있다”고 했다. 친문재인(친문)계 주축이자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 출신으로 당내 86(80년대 학번·60년대생) 그룹 핵심인 임 전 실장의 컷오프로 86그룹에서도 반발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86그룹 핵심 의원은 통화에서 “86그룹도 이제 이 대표에게 협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김은혜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장예찬 전 최고위원(왼쪽부터). 뉴시스·뉴스1
영남 중진 주호영(5선·대구 수성갑) 김기현(4선·울산 남을) 김상훈(3선·대구 서) 이헌승(3선·부산진을) 의원 4명은 모두 승리했다. 최대 35%의 감산을 받고도 공천을 확정지은 것이다. 영남 초선인 전봉민(부산 수영), 이주환(부산 연제), 김용판(대구 달서병) 의원은 각각 장예찬 전 최고위원, 김희정 전 의원(재선), 권영진 전 대구시장에게 패배해 공천 탈락했다.
윤석열 대통령 참모 출신 중에선 김은혜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경기 성남분당을)이 경선에서 승리했다. 관리비서관 출신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차관은 송언석 의원(재선·경북 김천)에게 패했다.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