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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정임수]애플이 10년 만에 발 뺀 전기차시장

입력 | 2024-02-28 23:48:00


팀 쿡 최고경영자(CEO)가 2014년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게 있다”고 했지만,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를 개발한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애플의 전 이사회 임원이 한 인터뷰에서 “스티브 잡스의 생전 꿈이 혁신 자동차 ‘아이카’를 만드는 것이었다”며 애플 애호가들을 흥분시켰고, 이름난 자동차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들이 줄줄이 애플로 자리를 옮겼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가 “애플이 우리가 해고한 사람을 모두 고용한다”고 할 정도였다.

▷10년간 애플이 개발해온 ‘애플카’는 전 세계 언론과 기업, 투자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애플이 공동 개발과 위탁 생산을 위해 BMW, 현대차·기아, 닛산 등을 물밑 접촉했다는 소식이 알려질 때마다 관련 기업 주가가 치솟았다. 월가의 투자은행들은 ‘애플의 차세대 캐시카우는 스마트폰 아닌 자동차’, ‘애플카 출시 4년 내 자동차 강자가 될 것’ 등의 전망을 쏟아냈다. 입 다물고 있던 쿡 CEO도 “그동안 많은 내부 연구가 빛을 보진 못했지만 자율주행은 다를 것”이라며 힘을 보탰다.

▷그런데 애플이 공들였던 애플카 개발을 접고 2000여 명이 몸담았던 전기차 조직을 해산할 것이라고 27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애플카 출시가 2025년에서 2026년으로 연기된 데 이어 2028년까지 미뤄진다더니 결국 포기 수순에 들어간 것이다. 혁신의 상징 애플도 자율주행 기술의 벽을 넘지 못한 탓이 크다. ‘바퀴 달린 스마트폰’을 만들겠다는 야심한 계획은 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아야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으로 수정돼 테슬라 짝퉁이 될 것이냐는 혹평이 쏟아졌다고 한다.

▷냉각기에 접어든 전기차 시장 상황도 영향을 끼쳤다. 3년간 연평균 65%씩 고속 성장하던 전기차 판매량은 올해 9% 증가에 그친다고 한다. 얼리어답터들은 이미 구매를 끝냈고, 일반 소비자는 비싼 가격과 불편한 충전 때문에 전기차 구매를 꺼리고 있어서다. 게다가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이 전기차 전환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다. 이러다 보니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대신 전기차로 가는 징검다리로 여겨졌던 하이브리드차 생산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중국 전기차의 공세 또한 무섭다.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전기차 1위에 오른 중국 비야디를 두고 미국자동차연합은 “중국 초저가 전기차가 핫케이크처럼 팔릴 것”이라며 위기감을 드러냈다. 요즘 중국 차는 싸구려라는 꼬리표를 떼고 품질까지 인정받고 있어 더 위협적이다.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는 최근 첫 전기차를 공개하며 “포르셰와 테슬라가 라이벌”이라고 선언했다. 머스크 CEO가 “무역장벽이 없다면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경쟁사를 다 무너뜨릴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도 허투루 넘길 얘기가 아니다.



정임수 논설위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