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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주주가치 훼손하는 부실 상장사, 거래소 퇴출 검토”

입력 | 2024-02-29 03:00:00

기업 밸류업 구체적 지표 마련
기준미달 땐 강제 퇴출 등 추진
“ELS 배상 금융사 과징금 경감”
책임분담 방안 내달초 발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이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자율배상에 나서는 판매사에 과징금을 줄여주겠다고 밝혔다. 또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부실 상장사는 거래소에서 퇴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며 앞서 정부가 기업의 자율성에 기댔던 밸류업 프로그램보다 강경한 발언도 쏟아냈다.

28일 이 원장은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금융 관련 연구기관장 간담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H지수 ELS 판매사들이) 과거 잘못을 상당 부분 시정하고 책임을 인정해 이해관계를 원상복구한다면 제재나 과징금의 감경 요소로 삼는 건 당연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23일까지 약 2조1130억 원 규모의 H지수 ELS 만기가 도래한 가운데 9725억 원만 상환됐다. 손실 금액은 1조1405억 원으로 54%에 달한다.

지난달부터 판매사를 대상으로 현장 검사를 진행한 금감원은 이를 바탕으로 내달 초 책임 분담 기준안을 내놓기로 했다. 금융사와 투자자 간 책임 분담의 대표 유형을 6가지로 구분하고, 유형별로 40∼80%에서 특정 배상 비율을 제시했던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와는 다른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다음 주 주말(3월 9, 10일) 전후로 국민에게 준비한 내용을 설명하고 업계도 준비할 내용을 말씀드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정부가 26일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그는 “주주환원 같은 특정 지표를 만들어 지표에 미달하는 경우에도 거래소 퇴출 등을 포함한 여러 요소를 연구 단계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오랫동안 성장하지 못하거나 재무 지표가 나쁜 경우 인수합병(M&A) 등이 10년 이상 중단되는데 그런 기업을 시장에 두는 게 맞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기업 밸류업 공시에 강제성이 없다고 설명한 금융위원회의 방침과는 배치된다.

한편 정부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한 일본 증시는 최근 닛케이평균주가가 ‘버블경제’ 당시인 1989년 말 고점을 돌파하며 27일까지 사흘 연속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5대 은행이 판매한 일본 닛케이평균주가 기초 ELS 잔액이 7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손실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H지수 ELS처럼 고점에서 지수 상승세가 크게 꺾이면 대규모 손실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5대 은행의 닛케이평균주가 ELS 판매 잔액은 6조9747억 원으로 집계됐다.

올 들어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한 상태다. 하나·국민·신한은행은 1월∼2월 초께 ELS 관련 상품 판매를 전면 중지했고, 농협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원금 비보장형 ELS를 취급하지 않았다. 5대 시중은행 중 우리은행만이 유일하게 닛케이평균주가 ELS를 판매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아직 ELS 상품과 관련해서 판매 중단과 같은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