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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트럼프 회담 통역, 북한말 100% 몰라 진땀”

입력 | 2024-02-29 03:00:00

이연향 美국무부 통역국장… 2018년 북미정상회담 통역 맡아
“회담 현장에서 배워가며 진행
실제로 北-美정상 만남 생각못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회고



이연향 미국 국무부 통역국장이 27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 대담에서 자신이 통역을 맡았던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KEI 유튜브 캡처


“수십 년간 이어진 남북 분단이 이렇게 큰 언어적 차이를 낳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이연향 미국 국무부 통역국장이 27일(현지 시간) 워싱턴에 있는 싱크탱크 한미경제연구소(KEI) 초청 대담에서 북-미 정상회담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소수인종 최초로 통역국장에 오른 이 국장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등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에서 통역을 맡았다.

이 국장은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기 때문에, 북한말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었다”며 “북한말을 100% 이해하기가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이 때문에 정상회담 도중에 북한 측 통역관이 북한말을 영어로 통역하는 내용을 함께 받아 적으며 현장에서 배워 나가야 했다고 한다.

이 국장은 자신이 북한말을 어려워하는 만큼, 그들 역시 자신의 말을 힘들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그들이 나의 통역을 쉽게 이해하도록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고, 최대한 문장을 쉽고 짧게 사용하려고 했다”며 “나는 그들이 고마워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북-미 정상회담은 “그 어떤 회의보다 긴장감이 높은 만남”이었지만,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통역관으로 국무부 근무를 결심한 이유가 북-미 관계 개선에 조금이나마 역할을 하고 싶어서였지만, 실제로 북-미 정상이 만날 것이란 생각은 해보질 못했다”고 했다.

서울예고, 연세대 성악과를 나온 이 국장은 2005년 3월부터 이화여대 통역대학원 교수로 일하며 방한하는 미국 고위급 인사들의 통역을 맡아 왔다. 2009년 미 국무부 전속 통역사가 된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부터 현재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통역을 맡고 있다. 이 국장은 “통역관은 말 전달뿐만 아니라 분위기를 정의하는 일도 한다”며 “회의나 회담에서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들고자 노력했다”고 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