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어르신 110명 선발 쓰레기 줍기-골목 순찰 맡겨… 공익형 노인 일자리로도 인기 서대문구는 ‘골목관리소’ 운영 등 자치구별 이색 환경 대책 눈길
26일 서울 마포구 망원2동에서 ‘우리동네 환경보안관’으로 활동하는 어르신들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마포구는 일자리를 원하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쓰레기 투기지역 순찰과 수거 활동을 펼치는 환경보안관 사업을 운영 중이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우유갑 수거해서 휴지로 교환한 뒤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까지 해요.”
2년째 서울 마포구에서 환경보안관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전명진 씨(68)는 26일 한 동네 카페에 들러 커피찌꺼기와 우유갑을 수거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 씨는 “커피찌꺼기는 말려서 친환경 탈취제로 제작한다”며 “탈취제는 주민들에게 인기가 많아 동주민센터에 갖다 두면 하루 만에 동난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마포구 망원2동 주민센터에선 전 씨처럼 환경보안관으로 활동하는 어르신 10명이 모여 있었다. 한 손엔 비닐봉투와 다른 손엔 쓰레기 집게를 든 이들은 2인 1조로 조를 지어 밖을 나섰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분홍색 조끼와 모자를 걸친 어르신들은 마포구의 지역 환경을 지키는 ‘우리동네 환경보안관’이다.
● 마포구 어르신 110명 환경보안관으로
마포구는 지난해부터 일자리를 원하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우리동네 환경보안관’ 사업을 운영해 왔다. 주 5일, 하루 3시간씩 일하며 무단투기 상습구역 순찰 및 계도, 골목길 청소, 안전 취약지구 순찰 등의 활동을 한다. 이날도 어르신들은 망원2동 골목을 누비며 바쁘게 쓰레기를 주웠다. 길거리에 널린 꽁초와 휴지, 화단에 버려진 음료수병 등이 봉투 안에 수북이 쌓였다. 어르신들이 지나간 자리엔 작은 쓰레기 하나 남지 않았다.
환경보안관의 임무는 쓰레기를 줍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어르신들은 가지고 온 스티커제거제로 전봇대에 붙어 있는 불법 전단들도 일일이 뜯어냈다. 주택가에 불법으로 버려진 의자 같은 대형 쓰레기엔 ‘쓰레기 투기 금지’ 경고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다.
올해 마포구는 어르신 110명을 환경보안관으로 선발했다. 급여가 월 약 76만 원으로, 다른 공익형 노인 일자리에 비해 높다. 4대 보험 가입이 가능하고, 소득 제한도 없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김경호 씨(76)는 “하루에 최소 1만 보는 걸으려고 하는데 환경보안관으로 활동하면서 1만 보는 쉽게 넘길 수 있어 건강해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김인순 씨(73)는 “번 돈으로 손주들한테 용돈을 줄 수 있어서 너무 좋다”며 “내년에도 꼭 활동하고 싶다”고 했다. 마포구 관계자는 “안전뿐만 아니라 환경까지 지키는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다”고 전했다.
● 자치구마다 이색 환경 대책 내놔
서울 내 다른 자치구도 이색 환경 대책들을 선보이고 있다. 서대문구는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에 실내형 쓰레기 배출장인 ‘골목관리소’를 운영 중이다. 주민들은 길거리에 쓰레기를 내놓는 대신 골목관리소를 방문해 쓰레기를 버릴 수 있다. 골목관리소엔 쓰레기 수거함, 음식물 쓰레기 처리기, 재활용품 분리수거함 등이 설치돼 있다. 총 3곳을 운영 중이며, 길거리에 쓰레기를 내놓을 일이 없어 미관과 악취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주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동작구는 노량진역과 중앙대 정문 등에서 ‘태양광 자동접이식 생활폐기물 수거함’을 운영 중이다. 태양광 발전으로 전기를 생산해 쓰레기 배출 시간에 맞춰 자동 개폐되는 수거함이다.
이채완 기자 chaewa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