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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사법농단 사건’ 항소심, 1심보다 빨라질 듯

입력 | 2024-02-29 03:00:00

25만쪽 1심 기록 받은 재판부
신규 사건 배당중지 요청 검토
이재용 항소심도 신속판결 관측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이른바 ‘사법농단’ 사건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등 사건의 항소심을 맡은 재판부들이 새 사건을 배당받지 않고 두 사건을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방안이 서울고법에서 검토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방안이 공식화되면 1심에서 각각 1810일, 1252일이 걸려 전부 무죄가 선고된 두 사건이 항소심에선 상대적으로 1심보다 빠르게 결론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28일 동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양 전 대법원장 등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등 혐의 재판 2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4-1부(재판장 박혜선)는 최근 신규 사건 배당 중지를 법원에 요청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판부가 배당 중지를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법원은 재판장 회의 등 의견 수렴을 거쳐 배당 중지 여부와 범위 등을 결정하게 된다.

이런 논의가 시작된 건 사법농단 사건의 경우 1심에서 넘어온 수사·증거·공판기록 등 분량이 책 500권, 약 25만 쪽에 달하기 때문이다. 통상 법원에서는 특정 사건의 기록 분량이 100권을 넘어가면 담당 재판부에 새 사건 배당을 4차례가량 면제해 주는 방식으로 부담을 나눈다. 그런데 양 전 대법원장 등 사건은 분량이 이보다 많아 더 폭넓은 범위의 배당 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등 사건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백강진)에 추가 배당을 중지할지도 함께 논의될 전망이다. 이 사건 기록 분량은 약 970권, 48만5000쪽에 달한다고 한다. 기록을 재판부 사무실에 다 쌓아두지도 못해 별도 공간까지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 부장판사는 “양 전 대법원장과 이 회장의 경우 1심에서 모두 전부 무죄를 선고받아 구속 기간에 대한 부담은 덜하지만, 역대 최대 수준의 기록 분량을 가진 사건이 온 만큼 재판부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두 재판부에 새 사건 배당이 중단되면 1심에 비해 속도감 있게 항소심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검찰도 두 사건 무죄 판결에 불복해 항소하며 “항소심에서는 주요 쟁점과 법리를 중심으로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판이 진행되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서울중앙지법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1심 재판부에 신건 배당을 중단하고 1주일에 4회씩 재판을 진행하기도 했다. 201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사건 담당 재판부 역시 신건 배당을 중단하고 집중 심리를 진행한 바 있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