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의료 돈도 더 벌고 편하지만 나까지 빠지면 응급실 어려워져”
“숭고한 소명의식 같은 게 아닙니다. 저까지 빠지면 응급실 운영이 더 어려워지니 병원에 남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뿐입니다.”
최근 레지던트 과정을 마친 김승현(가명) 씨는 다음 달부터 한 종합병원에서 응급의학과 전임의(펠로)로 일할 예정이다. 20일부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이 대거 병원을 이탈했을 때도 김 씨는 현장을 떠나지 않았다. 다음 달부터 함께 전임의로 일할 예정이었던 동료 중 3분의 2 이상이 ‘임용 포기 서약서’를 쓰고 병원을 떠났지만 김 씨는 계속 병원에 남기로 했다.
그는 2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전임의를 시작하면 원래 목표였던 연구와 기술 습득보다 전공의 업무만 대신하다 끝날 가능성이 크다. 동료들은 물론 교수님까지 말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을 “우매한 의사”라고도 했다. 응급의학과 같은 필수의료 과목이 아닌 미용 등 비필수 분야를 선택하는 게 의사 개인에게 훨씬 현명한 선택이란 뜻이다. 김 씨는 “미용 의료를 선택하면 힘들게 4, 5년간 전공의 수련을 받지 않아도 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챙길 수 있다. 돈도 더 벌고, 법적 책임을 질 일도 적어진다”고 했다. 하지만 ‘바이탈 병’ 때문에 결국 응급실을 떠나지 않기로 했다는 것이다.
“군중심리 휘둘린 의사들 아쉬워… 정부도 의대 증원 유연해져야”
[의료 공백 혼란]
응급실 남은 전공의
“전공의들 정책 읽어봤는지 궁금… 남은 의사는 과로에 사고날까 걱정”
“의대 2000명 증원 경직된 의사결정… 정책 효과 평가하며 유동적 조정을”
응급실 남은 전공의
“전공의들 정책 읽어봤는지 궁금… 남은 의사는 과로에 사고날까 걱정”
“의대 2000명 증원 경직된 의사결정… 정책 효과 평가하며 유동적 조정을”
● “2000명 증원 지나쳐… 정부는 유연성 보여 달라”
김 씨는 정부에 대해 아쉬운 점을 조목조목 나열했다.2000명을 한 번에 늘릴 경우 이들을 수용할 만한 교육 여건이 되는지도 의심스럽다고 했다. 김 씨는 “현재도 의학 교육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대학병원에서 실습하는 의대생들을 전공의들이 가르치고 있다. 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병원을 떠난 전공의를 처벌하거나 근무를 강제할 근거도 부족하다고 봤다. 그는 “원칙적으로 피교육자인 전공의가 병원에서 핵심 인력 역할을 해선 안 된다”며 “공익을 위해 직업의 자유를 제한할 순 있다고 해도 전문의부터 하는 게 맞다”고 했다.
● “군중심리로 병원 이탈했나 돌아봐야”
김 씨는 확고한 주관 없이 ‘군중심리’에 휘둘린 병원을 이탈한 일부 전공의에 대해서도 아쉽다고 했다. 그는 “전공의들이 어떤 선택을 하든 자유”라면서도 “정부가 내놓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한 번이라도 읽어 보고 어느 부분이 문제인지 직접 판단하는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그는 병원에 남은 의사들이 과로에 시달리다 의료 사고가 발생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점이 지금 가장 큰 걱정이라고 했다. 김 씨는 “(전공의 이탈로)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응급실에 환자들이 밀려들다 문제라도 발생하면 고스란히 ‘내 책임’이 될 것 같아 솔직히 두렵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