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 발언은 내 평소 소신입니다. 누구 편 들은 것도 아니고요. (주변 의사들에게) 비판의 말 당연히 많이 들었지만 부담되는 것 없습니다.”
27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회 전기 학위수여식(졸업식) 축사에서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의사, 사회적 책무를 위해 희생하는 의사가 돼야 한다”고 한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54)은 28일 오후 동아일보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가 졸업식 축사로 화제에 오른 뒤 언론과 대화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발언 이후 주변에서) 걱정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지만 신경쓰지 않는다”며 예정된 진료와 강좌 일정을 그대로 소화했다.
김정은 서울대 의대 학장(서울대병원 신경외과 교수).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캡처.
● “작심 아닌 원래 소신, 주변서 걱정하지만 신경 안 써”
이날 김 학장은 이른바 ‘작심 발언’이라 평가받는 전날 졸업식 축사에 대해 “작심으로 한 것 아니다”라며 “이것(전공의 이탈) 때문에 한 건 아니고, 물론 그런 것(전공의 이탈)이 있으니까 강조한 면이 있지만 내 원래 소신”이라고 강조했다.
김 학장은 전날 졸업식에서 “지금 의료계는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며 “요즘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공공의료 붕괴에 따른 의대 정원 증원 등 사회적 화두에 대해 국민은 우리 대학에 한층 더 높은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고 있다”고 축사했다. 또 “국민들 눈높이에서 바라봐야 한다. 여러분은 자신이 열심히 노력해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에 숨어 있는 많은 혜택을 받고 이 자리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애초 배부된 졸업식 안내 자료엔 김 학장의 이 같은 발언은 담겨 있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학장은 주변 동료, 선후배 의사들의 반응에 대해선 “저에게 걱정스러운 얘기 하고 ‘그런 얘기 시의적절하지 않다’고 얘기한 교수님들 있다”면서도 “(축사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 신경 안 쓸 것”이라고 덤덤히 말했다. 다만 의대 내에서 자신에 대한 퇴진 요구가 나온다는 일설에 대해선 “학장 사퇴 요구는 받은 적 자체가 없다. 교수님들 여론이 사퇴 여론이라는 것도 들어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과대학 학생 행정실 앞에 여러 대학병원의 전공의 모집 홍보 책자가 쌓여 있는 모습. 최원영 기자 o0@donga.com
● “내가 의산데 환자 봐야지”… 축사 다음 날도 환자 진료·무료상담
이날 인터뷰는 사전 약속 없이 김 학장이 환자와 보호자 대상으로 무료 강좌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에 이뤄졌다. 그는 “너무 민감한 시기라서 가급적 인터뷰를 피하고 있다”라며 기자 질문에 짧게 대답했다.서울대 의대를 졸업해 서울대병원에서 전공의(인턴, 레지던트)와 전임의(펠로)를 마친 김 학장은 의학과장, 연구부학장 등 서울대 의대 내 주요 보직을 거쳐 2021년 12월 학장으로 임명됐고, 지난해 12월 재선임됐다. 그는 평소 서울대 의대와 서울대병원의 책무와 사회적 리더십에 대해 꾸준히 강조해온 인물이다.
김 학장이 2002년 뇌혈관 의사로서 본격적으로 근무한 첫 병원은 고향인 제주의 제주대병원이었다. 선배와 동료들이 ‘서울에 남으라’고 만류했지만 “제주에 뇌 수술을 할 의사가 부족하다”며 내려간 일화가 의료계에 유명하다.
한편 정부는 전공의 집단사직이 시작된 지 11일째인 29일을 복귀 시한으로 최후통첩했다.
최원영 기자 o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