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여러 사회 문제 맞물린 '구조적 문제'
영국 BBC가 28일(현지시간) 한국의 ‘인구 소멸’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한국 여성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저출산이 여러 사회 문제가 맞물려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고 분석했다.
BBC는 한국 정부가 20년간 379조8000억원을 투입했음에도 출생아 수가 계속 줄어들면서 인구 소멸 위기에 처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출산 혜택은 대상이 한정돼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제시된 외국인 보모 지원·다자녀 군 면제 등은 청년들의 애로사항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BBC는 전했다.
BBC는 과도한 업무 환경을 지적했다. 하루 8시간 근무가 원칙이지만 대개 초과 근무에 시달려 개인 시간조차 없다. BBC는 이런 상황에서 출산·양육은 큰 부담이라고 썼다.
어쩔 수 없이 비출산을 택하는 청년도 많다. 수도권 집중 현상으로 주거비·생활비가 치솟아 경제 활동을 그만둘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 출산율은 현재 0.55명으로 전국 최저치다.
◆사교육비도, 사교육 자체도 부담
BBC는 ‘사교육 공화국’ 특성에 집중했다. 한국은 세상에서 양육비가 가장 비싼 나라다. 대부분 가정이 사교육에 매달 수십만원 이상을 지출한다.
반면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건 소수다. 2022년 조사에 따르면 94%가 사교육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교육 경쟁으로 사교육을 포기할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한 30대 직장인은 “나는 그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평생 공부해야 했다”며 “한국은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아니다”라고 출산 포기 이유를 밝혔다.
◆여성 부담 큰 것이 사실
BBC는 시대착오적 여성상을 저출산의 ‘핵심 요인’으로 봤다. 한국은 지난 50년 간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으며, 여성의 고등교육과 사회활동 비율도 급증했다. 그러나 육아·살림을 전담하는 ‘아내와 어머니의 역할’은 그대로다.
신문은 이어 여성들이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사회적 단절로 고통받는 현실을 기재했다. 출산 시 퇴직을 요구하는 기업 문화 때문에 주 양육자(여성)가 대부분 직장을 떠난다. 2022년 기준 육아 휴직 비율은 남성 7%, 여성 70%다. OECD 국가 중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심하다.
BBC는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는 한국이 보다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수용해야 한다고 적었다.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혼외 출산율은 41.9%다. 반면 한국 혼외 출산율은 2022년 2%에 그쳤다.
나아가 한국은 결혼하지 않은 여성의 정자은행 이용을 금지하는 등 임신·출산을 제한한다. 매체는 심각한 인구난을 겪고 있음에도 ‘아이를 못 낳게 하는’ 아이러니를 지적했다.
◆인구 대책 절실…정부 지켜봐야
BBC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 정책 재구조화 계획을 밝히는 등 한국 사회가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추후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고 끝맺었다.
지난해 한국 4분기 합계출산율은 0.65명으로 인구 대책이 절실하다. 전년 대비 0.05명 감소했고 최초로 0.7명 선이 붕괴됐다. 향후 전망은 더 어둡다. 지난해 12월 통계청 ‘장래인구추계:2022~2072년’은 2025년 출생아 22만 명, 2072년 16만 명을 예상했다. 최악의 상황에는 2072년 출생아가 9만 명대까지 내려갈 수도 있다고 통계청은 전망했다.
[서울=뉴시스]